투명한, 서로의 손을
2024. 11. 8 - 2024. 11. 18
장소 | 온수공간 2F
관람시간 | 12 - 7PM
참여 | 김채은 조소윤 태현영 호크마김
기획 | 안수빈
디자인 | 김소이
사진 | 남형석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프닝: 2024. 11. 9. (토) 6PM
장소 | 온수공간 2F
관람시간 | 12 - 7PM
참여 | 김채은 조소윤 태현영 호크마김
기획 | 안수빈
디자인 | 김소이
사진 | 남형석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오프닝: 2024. 11. 9. (토) 6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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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서로의 손을 Be candid, Hands on Each other
‘사랑’이라는 보편의 정서를 넘어, 복잡해지고 정밀해지는 시대 속에서 더욱 다채로운 형태로 발현되는 사랑의 모습을 선명하게 보려 한다. 풍족한 지적, 문화적 자원의 시대에서 사랑은 언어로 규정될 수 없는 다차원적인 감정이며, 공감각적이다. 이는 특정한 표현이나 범주로 정의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또는 나와 그 밖을 구분하기에 소통을 어렵게 한다. 스스로에게 몰입하고 내가 아닌 것을 외면한다. 본 전시는 자신의 경계를 잠시 내려놓고 외부 세계로 향한 사랑을 시도할 수 있는 영감을 제공하며, 이러한 한계에 대한 인식이 오히려 사랑의 본질을 형성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사랑은 불확정성이지만 그 안에 역동성이 깃든다. 그렇기에 사랑이 개인의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 관계의 차원에서 새롭게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전시는 서로 다른 정체성과 삶의 배경을 가진 이들이 감각하는 사랑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준다. 하나의 개인이 가진 사랑의 정의와 그 감성이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공유되며,바깥 세계로 확장하는 과정을 함께 경험하는 계기로 작용하고자 한다.
‘모든 열매가 딸기와 동시에 익는다고 상상하는 자는 포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1 세상을 알고, 이해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것을 사랑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을 향한 사랑의 영감에는 언제나 태도와 마음 모두의 빈틈이 존재한다. 나는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의 경계를 확장해 나갈 마음과 의지가 필요하다. 여기까지도. 사랑을 단지 진부하고 흔한 것이라 여긴다면, 아무것도 모르는 자,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자이다.
서로의 교차영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끊임없이 마주하고 또 나누길 바란다. 그 가능성으로, 감각과 감정이 만나 공명하는 순간이 사랑인 것 같다. 그동안 내가 가늠해 온 감각의 경계 또는 감정의 한계, 외면과 차단의 기제를 자유롭게 내려놓아 보길 바란다. 바깥을 향해 인식의 범위를 넓히는 순간, 새로운 감각 경험을 주도하는 동시에, 반투명한 외부의 세계는 서서히 투명하고 진실한(candid) 모습으로 감각될 것이다. 그제야 비로소 삶 속에서 사랑이 차지하는 진정한 의미, 나와 네 사랑의 모습과 그 범주를 헤아릴 수 있을 것이다.솔직함이 가장 중요한 김채은은 만들고 쓰기를 반복한다.상황을 개선하고, 회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행위로 매일 물레를 찼다. 본연의 모습 그대로, 거친 흔적을 드러내는 모습은 솔직하기에 두려움이 없고 강하다. 작은 도자기는 약하고, 위태로운 각목은 쓰러질 듯하지만 확실한 이해로부터 오는 회복 의지는 강해서 쉽게 부서지지 않는다.
사랑의 순간들을 수집하여 한 화면을 구성하는 조소윤은 이상과 태도의 간극에서 발생하는 지각적 오류를 재조합한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삶에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불안정함과 부정확함을 흔들리는 이미지나 사물의 중첩을 통해 드러낸다. 그 벌어진 거리를 좁히며, 대상이 중첩되고 관계는 생겨난다.
기억의 구조를 이미지화하는 것에 주목하는 태현영은 왜곡과 수집, 변형의 방법론을 통해 우리가 대상과 관계 맺을 때의 경험을 그린다. 그리고 의지와 상관없이 오는 상실로 인해 잃어버릴 것들을 회화적 행위를 통해 붙잡는다. 모호한 추상의 기억이기에 다수의 유사한 과거를 연상시킨다. 잔여적 감정은 성질이 변하거나 분해되며, 뒤섞이는 방식으로 낯선 장면이 되어 다른 이에게 닿는다.
땅 위에 나무가 최초의 발아를 시작하듯, 호크마김은 나무의 탄생으로부터 자신의 시작인 가족을 떠올렸다. 같은 것이 없는 나무들의 형상과 배열, 하나의 나무, 그 아래 뿌리들에서 다양한 형태와 성격의 가족을 상상한다. 나무가 온 몸으로 세월을 맞아가며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은 연대로 얽혀 흔들리거나 미끄러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나무로 그린 가족사진은 우리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너의 가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
1 에리히 프롬, 『사랑의 기술』 황문수 옮김, (문예출판사, 2019). 파라켈수스(Paracelsus)의 시 재인용
투명한, 서로의 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