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의 길



2024. 4. 25 - 2024. 5. 5




장소 | 온수공간 1F
관람시간 | 12 - 7PM , 휴관 없음

참여작가 | 노정주
기획/서문 | 노정주/ 신동혁
도움 | 배요한(스테인드 글라스)
후원/협력 | 온수공간 

Ⅹ 연계 프로그램 Ⅹ

TABLETOP ROLE PLAYING GAME
5/1(수) 4PM ㅣ 진행  노정주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무기들

신동혁


노정주 개인전: 위험의 길

1. 
어떤 재료가 작품을 위한 재료로 선택되는 것은 작가들의 작업 속 시간과 공간에서 다가오는 것들이 그들의 내면으로 침투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특히 조각이나 설치 작품 등 입체 작품의 경우 그런 재료의 특성이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어떤 입체의 이미지를 머릿속에서 그려놓고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 재료는 제작에서의 모양과 기능을 제한하는 물질이자 창작욕을 불러일으키거나 실제 결과물들의 구성요소로서도 존재하기에 계획적이고 논리적인 작업을 하려면 우선 사용하려는 재료를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을 통해 작업을 가능케 하는 조건과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노정주는 이번 전시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 본 한 장면”에 나오는 던전즈 앤 드래곤즈(Dungeons & Dragons)  게임(이하 D&D)을 재료로 사용하는데 게임을 하려면 플레이어 안내서, 던전 마스터 지침, 몬스터 설명서와 같은 정보와 규칙을 기록한 코어 룰북, d20 시스템 레퍼런스 문서(SRD), 주사위(d20, d12, d10, d8 등), 필기도구(종이, 펜, 연필, 지우개 등), 게임을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공간 등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위한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테이블, 의자 그 밖의 다양한 사물들 등을 제작해야 한다.


2. 
그의 작업은 도면을 그리고 디자인한 뒤 기계로 제작하는 방식이다. 어쩌면 “예술적이기보다 제품을 생산하는데 가까운” 방식을 통해 오히려 그는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작품이 될 수 없는가?”를 묻는다. 중요한 지점은 이 질문이 거대 담론이 아닌 개인의 삶에서 맞닥뜨린 반성적 태도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미술대학을 졸업하면 모두 작가라는 직업을 갖는가? 그렇지 않다. 몇 번의 작품 제작을 해본 대학을 갓 졸업한 작가의 작품이 판매로 이어지기는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창작 공모 사업에 지원하거나 다양한 일을 병행하며 자신의 활동을 잇고 작품 판매의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중 어떤 작가는 병행하던 다른 일에서 새로운 능력을 인정받아 작업을 그만두고 그 일에 매진하기도 하고 어떤 작가는 병행하던 일을 그만두고 작업에만 몰두하는 사람도 있다. 그만큼 작가를 직업으로만 먹고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노정주도 “초중고를 거쳐 미대에서 ‘작가가 되는 법’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졸업했지만, 작가로 살 수가 없었다.”라고 토로한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그에게 “작품으로서의 가치와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민하게 만든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작품을 판매하여 먹고사는 직업”이라는 그의 규정은 제품을 제작하는 작업 방식이 자신의 반성적 태도에서 나왔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3. 
하지만 제품을 작품이라 말할 수 있을까? 복제라는 기계적인 수단이 예술 작품을 가상 수단의 본보기로 만들고 그것의 위상을 전락시켰다는 벤야민의 주장은 미적 가치가 작품 제작 상황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음을 알렸다. 그렇지만 제품이 가지는 원래의 기능을 상실하고 미적인 기능을 획득하거나 작품 안에 미적 요소를 넣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작품의 조건 나아가 미술의 조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통해서도 제품은 언제든지 작품이 될 수 있다. D&D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알려진 바 없는 소수가 좋아하는 게임이기 때문에 대량 생산의 가능성이 희박하다. 따라서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노정주의 작업은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 가깝지만, 소비자의 범위와 수요를 고려했을 때 이미 제품의 기능을 상실할 수 있는 모순적 상황에서 출발한다. 동시에 그는 작품 안에 미적 요소를 넣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작품의 조건 나아가 작가의 조건에 대해 질문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된 테이블과 의자, 부속품들, 좌대에 설치된 캐릭터 모형과 홍보 영상 등은 “D&D를 즐기는 사람들에게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판매를 위한 그의 무기들이자 우리에게 미적 가치를 둘러싼 미술의 테두리를 보여주려는 작품이라 말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