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겐) 각자의 불행이



2024. 3. 19 - 2024. 4. 1




장소 | 온수공간 
관람시간 | 12 - 7Pm , 휴관 없음

퍼포먼스 | 2024. 3. 19  14:00 - 15:00 
참여작가 | 정성아  김나무  김유빈  박희주  박예슬  한희
기획/글 | 미술회전
도움주신 분 | 고준석 김윤하 오승린 정노아


*퍼포먼스는 사전 예약없이 관람 가능합니다.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관람료는 무료입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미술회전은 개인의 서사와 인적 자원이 일회적으로 소비되는 현 상황을 포착하고, 지속 가능한 서사의 유통 방법론을 탐구하여 제안하고자 한다. 정체성 혹은 결속의 강화는 옛말이 되어버린 시류. 도구화와 타자화에 대한 비판 아래, 언뜻 창작에서 납득 가능한 자원은 당사자(Personality 혹은 Identity) 만 남아 보인다. 자신만의 무기를 갈고 닦아야 하는 창작자에게 타인의 서사, 좁게는 불행을 선망한 경험이 없는지 묻는다. 미술회전은 6개월 간의 일기 교환을 통해 이를 자문하였으며, 필경 개인의 서사가 교환되거나 합병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하였다. 우리는‘계급’,‘주체’보다 더 복잡한,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다 할 뿐이다.

김유빈은 디지털 공간 속에서 모호해지는 자아의 경계를 확립하고자 수십 개의 셀피들을 척추 혹은 껍데기를 연상케 하는 구조물에 새긴다. 셀피 행위로 디지털 캡처된 일상의 기록들은 자의로 공유, 복제된다. 여러 개로 존재하는 가상의 이미지들을 반복해서 기록함으로써 그것이 허상이 아닌 자신의 일부임을 보여준다.

박예슬은‘기껏’에서 죽음과 삶에 대한 개인의 방식을 설치로 시각화하고,‘누가 살아가는가?’의 <어떻게>,<왜>,<나로서 >,<무제> 4부에 걸쳐 존재의 현상성을 제시한다. 죽음에 대한 선호와 의존적 성향에서 시발된 작업은 전시된 일기와 상관한다.

정성아는‘할머니 댁에서의 하숙 경험’을 말미암아, 54년 광주출생 여성과 01년 서울출생 여성의 일기를 통해 보이는 세대 간 서사성의 차이에 집중한다. 그리고 그 차이에서 발생하는 사건과 갈등을 극적으로 재해석하여 하나의 시퀀스로 전시한다. 전시 기간 중 공백-방백-독백 구성의 퍼포먼스가 진행된다.

박희주는 밴드 활동과 아르바이트 등 반복되는 주간 일상과 그 감상을 ‘graphic notation’ 기보법을 통해 시각화하여 3차원 공간에 구현한다. 설치된 조형물들은 일상을 일종의 상징적 형태로 압축한 것으로, 리듬과 선율을 나타내는 시각 정보인 음표로 작용한다. 이들의 고도(z축)는 음고에 대응하며, 조형물의 폭과 너비, 조형물 간 간격(x, y축)은 박자에 대응한다. 상기 방식을 통해 3차원 공간의 시각 정보가 청각으로 전환되는 공감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 

김나무는 작업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감을 서너 개의 시각적 층위로 드러낸다. 모임 내 합의되지 않은 기준으로 선정된 일기는 기억과 같이 상실을 함의한다. 일기 공유 과정에서의 원본의 상실은 '누끼를 딴' 판넬의 형태로 드러난다. 긴 공간에 임시로 놓인 얇은 판넬의 물리적인 거리 차이는 직관적이면서 노골적으로 이야기의 우선순위를 보이며, 무색할 만큼 엉성한 뒷면이 씁쓸한 공허를 남긴다.

한희는 행복보다는 불행에 더 귀 기울이지만, 막상 자신의 불행은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이들에 자신을 투영한다. 솔직해진 스스로와 맞대면하기 수많은 밤들을 소비하고, 그 결과 불행을 논한 일기에는 잠금을 걸어놓게 되는 습관이 생겼다. 그럼에도 그저 사랑을 느낀 순간들을 기억하고자,글자를 써 내려가듯이 100가지의 그림을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