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maui-gomari(고마우이-고마리)


: 상처 씨앗 심어 고마리 꽃 피우기 프로젝트 




2023. 7. 1 - 2023. 7. 10





장소ㅣ온수공간 2-3 F 
관람시간ㅣ12AM - 7 PM
참여작가ㅣ 박진슬 이소영 이하연 이유리
기획, 글ㅣ 신혜진
디자인ㅣ 장혜미
사진ㅣ마루소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마우리-고마리(gomaui-gomari)
상처 씨앗 심어 고마리 꽃 피우기 프로젝트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 복효근의 시 <상처에 대하여> 中 

우리는 매일 주어지는 하얀 백지에 각자의 서사를 적으며 살아가고 있다.
한 장, 한 장씩 쌓아 올려지는 수많은 종이는 서로 끊임없이 접속하고, 결합하며 관계한다. 이 과정 속 우리는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상처는 관계에서 비롯되지만,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이에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는 관계에 대해 되돌아보며 상처를 마주하고자 한다.

고마리 꽃의 뿌리는 물을 정화해주고 어린순은 식용으로 사용하며 줄기와 잎은 지혈제로 사용되어 사람들이 고마우이, 고맙다고 하다가 고마리가 되었다. 많은 것이 복잡하게 연결되어 관계하는 현대 삶 속에서 우리는 수많은 상처를 주기고 받기도 한다. 그 속에서 우리가 서로의 상처를 잘 심어주어 서로에게 고마리 꽃과 같은 존재가 되어보면 어떨까.

이번 상처 씨앗 심어 고마리 꽃 피우기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작가는 4명이다. 이들은 인간-관계-상처-치유에 관한 내용에 대해 각자 다른 서사로 풀어나간다. 이들이 풀어나가는 다양한 서사는 온수공간에서 끊임없이 관계하며 우리의 상처를 영글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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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뒤돌아 보고-걷다-마주하고-영글다.









A. 뒤돌아보다


우리는 과연 삶을, 마주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봤을지 뒤돌아보자.

1 사랑의 색깔, 이유리

삶의 모든 것은, 특히 인간의 마음은 가장 일시적인 것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프랑스의 퐁피두 센터 입구에서 노부부의 포옹 장면을 마주하던 날 이 생각은 잠시 흔들렸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는 그들 의 사랑과 언젠가 흔적 없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다는 그 이면의 불안을 함께 담아 내려고 했다.

2 잔디, 이하연

꽃게는 속과 반대로 겉이 딱딱한 갑각류이다. 그런 꽃게의 외강내유적인 성질을 사람들의 방어적인 성격과 동일시하여 작업을 확장해 나갔으며, 작업을 통해 작가가 정의한 순수의 의미를 엿볼 수 있다. 자신에게 가장 솔직해졌을 때 가장 순수한 상태이며 작가는 사람들에게 순수함이란 구슬을 잡으며 솔직한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메시지를 전한다.


B. 걷다


이제 삶을, 마주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보며 걸어보자

3 잘못된 고해성사, 박진슬

신 앞에 모든 죄를 용서받아 무결할지 몰라도 여전히 누군가에겐 용서받지못했다. 잘못된 고해는 결국 죽어버린 자식의 시체를 무릎위에 놓고 슬퍼하는 엄마의 모습을 한 빛나는 트로피만을 남길 뿐이다.

4 사라지는 고소장, 이소영

나는 그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굳게 믿었지만, 그 사람이었던 기억이 있었다. 나에게 상처를 줬던 이들에게 보내는 일상의 고소장을 작성한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바다의 모래로 사라지는 서래처럼 얇은 종이 백자도 서러의 부딪침에 의해 모래로 사라지고, 타인에게는 뒷담화하는 것 같아 얘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나의 마음 속 고통의 영역에서 영원히 함께 사라진다.


C. 마주하다


상처는 관계에서 비롯되지만, 관계를 통해 치유될 수 -있다.
‘상처’를 그대로 마주해보자

5 Trophy Kids, 박진슬

타의에 의해 왜곡되고 변형되어 무너져 내려 빛나는 껍데기만 남아버린 삶
나르시시즘적 존재를 빛내고 비추기 위해 존재해온 존재들을 담은 초상

6 바다에서 읽을 수 있는, 이소영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과거보다 문명화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까닭에 자신이 ‘문명민’임에 취해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는 문명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누리며 자신의 생활에서 이익을 취하고 제공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문화인으로서 혜택은 자발적으로 제공하거나 누리려고 하지 않는 듯하다. 이런 사람들에게 과거에 새로운 문화의 수용 경로였던 바다에서 읽을 수 있는 종이로서 얇은 도자를 알려주고, 파손되는 과정을 통해 기존 삶의 태도를 버리고 새로운 삶의 태도를 맞이하기를 바란다.

7 한의 파편들, 박진슬

찢기고 부서진 마음의 조각에 깊게 스며들어버린 멍이 붉은색으로, 푸른색으로, 보라색으로, 초록색으로, 노란색으로 변하다 결국엔 흩어진다.

8 마이 2022, 이유리

애정하는 대상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보이지 않는 것 을 그린다.

9 리좀, 이하연

바둑의 좋은 수와 나쁜 수는 처음부터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좋은 수가 될 수도 나쁜 수가 될 수가 있다는 점에서 리좀(Rhizome: 들뢰즈와 가타리의 공저 《천 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은유적 용어 혹은 철학 용어이다. 리좀은 가지가 흙에 닿아서 뿌리로 변화하는 지피식물들을 표상한다)의 흐름을 보여준다. 반상 위 바둑돌은 갈 수 있는 길과 그 돌 하나에 주어진 역능이 정해지지 않은 채 무한히 열려있으며 하나의 돌과 옆 돌들과 연결되면서 반상의 흐름이 완전히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은 불규칙한 선들이 흩뿌려진다는 점에서 바둑은 수목형 질서가 아니라 리좀형 사유방식을 따른다는 것을 볼 수 있다.


D. 영글다


상처를 뒤돌아 보고-걷다-마주하고- 그리고 영글다
잘 익은 상처 씨앗 심어 고마리 꽃 피워보기

10 A Hymn for later 2023, 이유리

미래 앞에서 인간은 무력하다. 그래서 인간은 신은 믿고, 종교에 믿음을 걸어본다. 막막한 두려움 속에서 하얀 제복, 말끔한 얼굴로 입을 모아 찬송가를 부르는 이 무해한 인간에게서 우리가 보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의복 속에서 자신을 버리고 정체성을 잃어가는 것일까

11 My blue, 이유리

Blue는 우울을 뜻한다. 푸른 기운을 잔뜩 띠고 있는 이 고양이는 무언가를 응시한다. 무언가를 바라보는 것 같기도, 기다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 모두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이 고양이는 무엇을 기다리는가? 다가오는 운명을 모른 채 기다리고 버티는 것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잔뜩 긴장한 몸으로 앞으로 올 미래를 마주할 수밖에

12 恨 페스츄리, 사과_文, 박진슬

겹겹이 쌓인 멍에 의해 불어나버린 감정의 응어리 - 한
'사과'를 남기고 모두 먹으로 지워 내려가는 것을 반복하여 한을 지워가려는 수행

13,14 armor plate_heart, 이소영

고갱이 현대사회에서 피로를 느끼고 타히티로 간 것처럼, 나 역시 현시대에서 나를 둘러싸고 있는 관계, 사회 구조, 문명에서 피로함을 느끼고 자꾸 원시적인 것을 찾는 욕망을 느꼈다. 이에 먼 과거로 회귀하고자 부족의 타투 문양과 갑옷의 조형적 요소를 일상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테이블웨어로 재해석하였다.


15 갓벽 II, 이하연

작가의 전 작업 <갓벽>의 후작이다. 기와에 무늬를 새겨 넣는 것은 지붕이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옛 선조들이 원하고 바라던 것을 쓰거나 그려넣었다고 한다. 모자가 몸의 지붕 역할을 하듯 기와 문양을 넣어 내적 불안감을 없앨 수 있도록 하는 소망을 담았다.

“한국의 경쟁사회와 빨리빨리 문화를 통한 결과주의 사회는 사람들은 더욱 강박적인 완벽주의 성향으로 만들어갔다. 한국에서 ‘완벽’이란 단어는 ‘갓벽하다’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완벽이란 단어 안에는 자기 강박과 사회불안이 담겨있다고 본다. 완벽주의적인 사회현실에 우리는 스스로 벽을 만들었고, 이러한 사회 속에서 자신의 그릇을 크게 만들어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능력보다 계속 비워내며 고통을받아들이고 자기 자비의 도움으로 스스로와 대화하며 부정적인 기분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본다...... 갓이란 사물은 하나의 의례이며 의복이다. 정해진 의복과 규율, 서민들의 시선으로 인해 스스로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운다. 우리는 그러한 갓을 벗으며 부정적인 감정들을 흘려보내고 벽을 뚫고나아가야 한다......” -<갓벽> 작가노트 중-





박진슬 작가는 동양의 색과 질감의 조형언어를 빌려 한국의 정서인 ‘한’을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가 이야기 하는 한의 정서는 작가를 포함한 세대가 부모세대에게 받아온 상처, 일종의 학대에 의한 것으로, 그가 받은 내적 외적 상처를 작업을 통해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자 한다. 작가는 지속적인 상처가 결국 마음의 ‘멍’으로 환원된 ‘한’이라는 감정의 응어리를 품고 살아가게 된 삶들을 작업을 통해 고찰하고, 부디 그들이 정당한 과정을 통해 그 응어리를 풀고 해방되길 바란다.

이소영 작가는 자신과 자신을 에워싸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면밀히 관찰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작업을 풀어나간다. 사람은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어공감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결국 어떤 일을 경험하는 시기가 다를 뿐 결국 죽기 전에는 모두 비슷한 일을 겪고 간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이하연 작가는 한국 사회에 속한 인간의 모습을 끊임없이 탐구하며 그 속에 변화되어가는 한국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조형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 속에서 구축된 내면의 세계를 다양한 매체들을 사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이유리 작가는 영원하지 못한 것들에 애착을 느껴 연약하고 무해한 소재를 통해 설명될 수 없는 감정과 분위기를 담는다. 그림 속의 주인공들은 언젠가 무엇이든 사라져버릴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서도 자유를 외치며 열심히 살아간다. 그렇기에 작가는 그들이 버텨낼 수 있는 안전지대를 만들어내기도 하며, 관계 속에서 느끼는 필연적인 고독감을 드러낸다. 외롭지만 아름다운 화면을 구성하여 이면의 다양한 감정들을 다층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