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 - 2023. 5. 17
영원 개인전
장소 | 온수공간 1F관람시간 | 12 - 7 PM, 휴관없음공간지원 | 온수공간
기획, 글 | 영원디자인 | 이제언 사운드 | 남재현 사진 | 양이언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0 - 1, 2, 3》은 작가 영원이 개별 주제를 발화하는 세 명의 작가(01, 02, 03)임과 동시에 그들을 관망하고 연결하는 독립 큐레이터(00)가 되어 매체에 따라 형성된 멀티-페르소나의 독립성과 연결 지점을 보여주는 그들의 긴밀한 단체전이자 온전한 개인전이다.
신체 영원은 작업과 변화를 체험하고 기록하고 수집하는 전시의 온 과정의 역할을 수행한다. 전시는 평면 작업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한 권의 책을 통해 작가로서의 다중 자아 형성과 인식의 타자화, 언어의 규정이 작업에 미치는 영향을 탐험하고, 동시대 미술에서 지속 가능한 작업 생활을 위한 동료의 역할을 바라보고자 한다.
그녀는 모든 것이 다 하고 싶었다.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고 새로운 시도에 두려움이 없었다. 어느덧 그녀의 작업 세계는 형식, 크기, 내용, 목표, 주제, 작업 시의 태도와 성격까지 다른 세 가지의 독립된 방을 소유하고 있었고, 각각 개성이 가득한 세계를 이루었다. 갈래의 근원은 매체의 물성에 있었다. 그들은 자신의 소유를 분명히 함과 동시에 긴밀한 교류로 이어져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다.
여기 세 명의 작가가 있다.
01은 일상의 리듬보다 빠른 선을 매개로 그림의 과정에서 파생하는 변화의 의미를 추적한다. 속도에서 비롯한 몰입과 확장, 경계의 담론이 수묵을 통한 평면 회화와 드로잉으로 나타난다. 먹이라는 함축된 안료를 잔뜩 머금은 손은 나아갈 방향을 예측하지 않은 채 우주의 망망대해에 그것을 던져버리고, 그 의미의 꼬리를 쫓아 다시 탐색하고, 쫓고 쫓는 순환의 여정에 깊은 헤엄을 친다. 그녀는 성공에 대한 열망과 사명감이 있고, 그것은 개인적인 유명세가 아닌 미술사에 기여하고자 하는 나름의 거창한 목표이다. 애국심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위 선양과 자아실현의 일치를 꿈꾼다. “하고 싶으면 해야한다.” 가 모토이다.
02는 찰나의 이미지를 스치듯 기록하여 가장 가벼운 인상과 감정을 드로잉으로 남긴다. 그녀는 가볍고 긍정적이고 농담을 즐겨하는 사교적인 사람이다. 사람들은 그녀가 걱정 없이 사는 것 같다고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 남모르게 우울해지는 약한 마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숙면을 취하고 일어나면 다시 어제와 같이 밝아진다. 쉽게 모든 것에 애정을 지니고 정이 많다. 작업의 이유는 그리는 것이 마냥 즐거워서, 선을 긋는 운동과 소리를 좋아한다. 세 사람 중에 02가 가장 먼저 그림을 시작했다. 다른 작가들은 그녀 덕분에 그들이 존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03은 휘발되는 이미지를 붙잡아 견고하게 판에 새기고, 반복 안의 변주 과정을 통해 사유를 심화하는 판화 작업을 한다. 그녀는 그녀가 움직인 만큼 도출되는 결과값을 신뢰하고 좋아한다. 대칭과 균형에 집착하는 완벽주의 성향이 있지만 우연의 효과를 긍정하고 자신의 작업을 프레스와 인간의 협업이라고 여긴다. 각각의 이미지를 실험의 결과로 여기고 매 프린팅의 과정 안에서 배우고자 한다. 판화는 연금술같은 마법에 가까운 것이라고 생각하며 재료 실험과 기법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겉으로 보면 감정이 없는 프레스 기계와 같아 보이는데, 내면에 자기만의 이야기를 숨겨놓고 있다.
그리고 한 사람의 큐레이터가 있다.
00은 눈으로 담은 정보를 글로써 관계 맺고 탐구하며 재미를 추구한다. 01, 02, 03, 가까이서 관심있게 지켜보던 작가들을 한 자리에 소개하는 것을 기쁘게 여긴다. 새로운 자극과 배움을 좋아하여 전시를 보고 책 읽기를 즐기는데, 기억력이 좋지 않아 기록에 집착하던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었다. 그녀는 덤벙대는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완벽주의 성향을 지니고 있어 자신의 글을 여러 번 검토한다. 자신의 글을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만 은근히 즐긴다. 미술 이야기를 함께 하는것을 좋아하지만, 말솜씨는 조금 부족해서 버벅거리다가 집에 가서 후회하는 버릇이 있다.
이들의 공통된 목표는 작업의 발전과 함께 지속 가능한 작업 생활, 과정에서 재미와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고, 그들이 하나의 육체의 시간을 돌려 사용하며 지켜야 할 조건은 그 몸을 건강히 살아있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신체 영원은 작업과 과정의 변화를 체험하고 수집하고 기록하는 전시의 온 과정의 역할을 수행한다. 그렇게 그들의 긴밀한 단체전이자 온전한 개인전이 완성된다.
개인이자, 단체이자, 모든 시간과 공간을 함께 하고 그들의 사생활까지도 공유하는 그들은, 서로의 작업에 밀접한 관계를 맺고 협력하며 상생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미래를 구태여 예측하지 않으며, 다만 함께 머리를 맞대는 동료가 있음에 오늘도 한 발짝 재미난 일들을 공상하고 실행하고 사유하고 기록하는 여정을 기꺼이 수행한다.
판화는 확실히 다른 공정이다. 다른 작가들이 즉발적으로 만들어 낸 이미지를 그는
천천히 정확히 따라가는 차분함이 필요하다. 그들의 주체하지 못하고 넘쳐흐르는
자아를 정중앙의 틀에 딱, 알맞게, 법칙과 규칙을 따라야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동양화를 할 때의 약간의 사명감과 멋진 껍질을 덮어쓰는 것에 대해 …
나에게 작업이란 나를 발견하는 과정이고 의의를 추적하면서 함께 나아가는 여정이다.
재료 실험에 언제나 관심이 있었다. 작가로서의 관심은 새로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작업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새로운 발화가 이루어지고 그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해서 순환하듯 이어지며 조금씩 그 고리의 영역을 넓히고 있었다. 새로운
재료를 탐험하는 일은 새로운 세상을 발견함과 같았다. … (책 『0 - 1, 2, 3』 중)
전시는 그들의 세계를 담은 방과,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그들이 듣는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을 더 알고 싶다면, 각 방의 입구에 있는 코드를 스캔하여 다감각의 관람 경험과 함께하기를 바란다.
00 - 기획,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