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IT ALL AND STICK THEM




2022. 11. 19 - 2022. 12. 10


최지원 개인전




장소 | 온수공간 2 - 3 F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 없음
 
글ㅣ권정현
디자인ㅣ최지원
촬영ㅣ고정균
후원 | 서울문화재단, 서울특별시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본 전시는 <서울문화재단 2022 예술창작활동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없다면, 춥고 어두운 겨울을 지금처럼 사랑할 수 있을까? 가족과 연인, 친구를 떠올리고, 새해에 대한 기대를 품는 그 시간이 없다면, 길고 춥고 캄캄한 겨울밤을 버틸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면서 선물을 고르고, 나의 새해를 상상하며 다이어리를 고르는 그 시간이 있기에, 겨울은 한결 따뜻하고 풍만하다.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하는 시점에 다이어리를 고르고 펼쳐 놓는다. 아직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은 새 다이어리는 그 자체로 무엇이든 될 수 있기에 희망찬 새해를 상상하게 한다. 날짜만 덩그러니 놓인 채 텅 빈 격자를, 월화수목금토일 말고는 다른 말이 놓여 있지 않은 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앞날을 계획한다. 다이어리에는 일반적인 구성이라는 게 있지만, 그것을 채워 나가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칸칸이 나눠진 날들을 누군가는 매일의 스케줄을 기록하는 용도로, 누군가는 그날의 감정을 남기기 위한 용도로, 누군가는 꾸미고 그리는 유희의 용도로 채워 나간다. 물론 시작하는 마음과 달리 다이어리는 빼곡하게 채워지지 못할 수도, 듬성 듬성 빈 시간이 있을 수도 있다. 그것은 또 그것대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보여준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종이를 펼쳐 놓고 바라본다. 정해진 구조의 다이어리를 채워 나가듯이, 실크스크린 판을 만들고 그것을 반복해서 찍으며 종이를 채워 나간다. 붉은 태양이 반복해서 산등성이를 오르고 내리고, 같은 도형이 가로로 놓이고 세로로 놓여가며 모양을 바꾼다. 매일 같은 것이 반복되지만 결코 같지 않은 날들처럼, 같은 형상은 반복되지만 같지 않다. 매일 보는 태양이 매일 다르고, 매일 그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매일 다른 모습을 하듯이, 반복되는 일상의 풍경은 조금씩 변하고 자란다. 그 작은 변화의 풍경이 모이고 모여서 한 해가 또 흘러간다.

얇은 낱장의 종이지만 그 위에 겹겹이 쌓인 것들은 결코 얇지 않다. 매일의 시간이 쌓이고 쌓인 다이어리가 결코 얇은 종이일 수 없는 것처럼. 종이 위에 도장을 찍듯이 형상을 올리고 또 올린다. 혹은 스티커를 붙이듯이 형상을 평면 위 여기저기에 올린다. 마음에 드는 스티커를 골라 붙여 꾸미듯이, 한 해도 그렇게 마음의 드는 사람과 장소와 음식과 음악과 영화와 이야기로 채워 넣을 수 있기를 소망한다. 발걸음을 옮기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옮긴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태양과 떠오르는 태양. 반복되면서 달라지는 풍경을 따라간다.

큰 틀이 있고 작은 것들이 그 안에 여기 저기 가서 붙는다. 평면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공간에서도 그러하다. 큰 작업 사이 사이로 작은 작업이 끼어든다. 책상 여기저기에 아무렇게나 붙어있는 포스트잇처럼, 책장을 넘기다 갑자기 훅 하고 들어온 메모처럼, 큰 이벤트들 사이로 사소하고 평범하여 행복한 일들이 있는 것처럼. 공간 안에 작은 이야기를 여기 저기 붙인다. 반복되는 이야기 속에서 짐짓 흐려질 것 같은 색은 다행히 선명하게 자리를 차지한다.

더 나은 날을 전망하기 어려운 시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새해가 나름의 방식으로 즐겁고 설렜으면 좋겠다. 당신의 2023년이 기쁘고 행복한 일로 가득차기를, 안전하고 무사하기를, 어디서든 즐겁고 평안하시기를 간절히 바란다.

글_권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