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뜬구름을 먹고 꼬리가 꿰였네


2022. 10. 6  - 2022. 10. 23


이하은, 정지은





장소 | 온수공간 2-3F

관람시간 | 12 - 7 PM, 월요일 휴관
사운드 | 윤수희(sonicyoon)  @sonicyoon 
글 | 오지은 @o_yaoe
그래픽 디자인 | 정해지 @haeggg_ 
제작 도움 | 서동해 @seo_donghae 
설치 | 서동해 @seo_donghae
도움 | 김수영 @s__y_ung 
촬영 | STIDIO18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주관 | 이하은, 정지은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로의 구름을 살피는 이들의 꼬리잡기

오지은

고정될 표면이 없는 하늘에서 구름은 잡히지 않고 흘러가기만 한다. 손에 잡힌 듯하다가도, 꽉 쥔 손을 펼쳐보면 이내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진 지 오래다. 이런 구름의 특성 탓에 뜬구름을 쫓는 일은 막연하고 쓸모없는 일처럼 표현되곤 한다. 그렇지만 구름의 탄생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구름은 지표면에 있던 수증기가 응결한 결과이다. 구름은 단단하고 분명한 표면에서 탄생한 존재이다.
이하은, 정지은 작가는 실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더듬어 작품화하려는 그들의 공통적인 시도를‘뜬구름’이라 명명한다. 이들의 탐구는 땅에 안전하게/위태롭게 서 있는 태도와 하늘에 부유하며/흔들리며 떠 있는 태도를 부지런히 오간다. 이들은 이렇게 생겨난 서로의 뜬구름을 살피고 꼬리잡기를 하며 함께한다.

[1]
본 전시에서 이하은, 정지은 작가는 협업을 통해 서로의 ‘꼬리’가 꿰인 상태로 상대의 흔적을 추적하고 동시에 자신만의 경로를 만들어낸다. 두 작가는 각자의 개인 작업을 전시하면서 서로의 작품 제목 혹은 작품 자체에서 착안한 또 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이들이 전시에서 주된 협업의 고리로 사용하는 ‘작품 제목’은 작품 구성에 있어 간혹 종속적이고 부차적인 부분으로만 인식되곤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제목은 그 자체로 이미지와 세계를 가지는 하나의 작업이며 동시에 작품에 함께 얽혀 연동되는 중요한 레이어이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제목을 내어주는 행위는 작품의 한 부분을 떼어주는 것과 같다.작품 제목을 받아든 이들은 상대의 작품 일부를 자신의 작품에 심으며 새로운 생명을 지닌 또 다른 작품으로 길어낸다.

[2]
이하은은 빛의 설정, 질감, 색상이 다르며 그림자도 없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자연 개체를 화면에 접합해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자연을 그려낸다. <일으키는 바람 없이 나무를 옮겨 심었다>(2022), <투명하게 눌린 열기>(2022) 등의 작품에서 보이는 이질적인 풍경은 작가 본인이 뜻밖의 사실에서 깨달음을 얻은 순간, 그 날선 감각으로부터 비롯된다. 작가는 깨달음으로 인해 혼란해진 순간에도 확신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실, ‘내 신체는 땅에 붙어 있다’라는 유일한 확신에 기대어 땅 위에 아슬하게 균형 잡은 자연을 회화로 형상화한다. 이 전시에서 이하은은 사운드 아티스트 윤수희와의 협업을 통해 매체 및 공간을 탐구하고 실험한다. <증표가 필요한 구석>(2021), <얇은 공기 속으로>(2020), <숨이 안개가 되어 고이고>(2022), 세 작품은 연결되어 벽을 에워싸고 있는데, 이와 함께 4개의 트랙으로 구성된 윤수희 작가의 사운드 모음집 <엷은 회전목마>가 재생된다. 1-3번 트랙에 해당하는 <창백한 구석>, <휙하고>, <순풍> 에서는 이하은의 작품 제목에 나타나는 ‘공기, 바람, 숨’과 관련한 다양한 플루트 계열 신시사이저, 팬 플롯, 휘파람 소리 등이 주기적으로 등장해 작품의 풍경음을 이룬다. 4번 트랙 <대기권 밖>은 일종의 보너스 트랙으로,“회전목마 위에서 풍경이 조금씩 바뀌는 것처럼” 소리가 반복되면서도 조금씩 변형된다. 이하은 작가는 이러한 사운드를 매개로 자신이 경험했던 생경한 이미지와 감각을 캔버스에서 전시 공간으로 확장해낸다.

정지은은 ‘선행하는 조각’과 ‘정리하는 회화’의 방식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찰나의 감정을 추적하고 그것의 부피와 구조를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만들어낸다.
조각을 매체로 사용하는 ‘선행하는 조각’ 작업을 통해서 작가는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해 개인이 애쓰는 양가적 순간의 감각을 시각 매체를 통해 실체화하려 한다. 이러한 시도는 <먹고 뱉은 자두 씨> (2022), <나를 담보로 고백하는 일>(2022), <나는 네 꿈에 내가 등장하기까지 12번의 돌을 던졌고 너는 그러지 않았다>(2022)에서처럼 나무, 철망, 포장재나 종이박스와 같이 얇고 하찮다고 여겨지는 재료를 헐겁게 이어 그 위에 석고 붕대를 겹겹이 쌓는 방식이나 작은 유닛을 조합하는 방식으로 표상된다.
회화를 매체로 사용하는 ‘정리하는 회화’ 작업을 통해서는 전시 준비 단계에서 사용하는 디오라마(Diorama)를 모티브로, 감정의 유동성을 살핀다. 본 전시에서는 <단순한 인용과 참조와 단절된 03>(2022)이 전시되는데, 이 작품에서는 앞서 제작한 <먹고 뱉은 자두 씨>(2022)와 같은 조각 작품이 평면 안에 배치되어 있다. 평면으로 정리되어 부피가 제거된 회화 속 조각의 이미지는 지표면에 고정된 조각의 실재에 비해 훨씬 유연하게 다뤄질 수 있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서 유동성을 얻게 되는 감정의 속성을 다루며 이미지를 확장해낸다.

[3]
두 작가가 협업에 사용하는 방식은 서로의 작품 제목으로 답신을 하는 방식(정지은, <바닥에 부서지는 노을>/이하은, <RE:바닥에 부서지는 노을> 등)과 정지은이 만든 전시장 안의 전시장인 “showroom”시리즈에 이하은의 회화를 전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세 단계로 나누어 설명되는 협업을 이끌어낸다. (1) 자신이 맡은 고유의 영역을 책임지며, (2) 상대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3) 상대의 간섭을 용인하는 것이 그것이다. 작품의 제목(‘Re’ 시리즈) 혹은 자신의 전시장(showroom 시리즈)을 상대와 공유하며 자신 역시 그에 해당하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이 첫째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상대의 제목을 토대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상대의 작품 제목을 가져오거나 상대의 작품에 자신의 작업을 걸며 상대의 작품이 품은 세계를 둘러보고, 작품이 만들어진 경위와 그 과정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세 단계중 가장 주목하게 되는 단계인데, 이를 통해 이들의 작업은 폐쇄성을 지닌 채 개별적으로 완결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열린 형태가 되어 소통과 교환을 전제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사전적 정의를 지닌 ‘개입’이나 ‘관여’와 같은 용어가 아닌 구태여 ‘간섭’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충돌에 있다.
두 작가의 작업은 차이가 있는데, 회화와 조각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이하은 작가는 자신의 감각에서 출발하여 외부의 풍경을 짓는 반면, 정지은 작가는 대상에서 출발해 자신의 내부를 캐스팅한다. 이러한 차이들로 인해 이들은 같은 제목을 공유하거나(‘Re’시리즈), 작품이 연결되어 놓여도(showroom 시리즈) 충돌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하지만 두 작가의 작업이 아주 상이하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두 작업 모두 그들이 직접 경험한 현실의 표면에 붙어 있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이하은 작가는 현실 속 자연 개체들을 접합하고, 정지은 작가는 현실의 관계에서 발생한 감각을 추적한다. 이들은 이러한 접점을 토대로 서로의 차이를 거부하거나 제거하려 하지 않고 서로 간의 간섭을 용인하며 내밀하게 다가간다. 이 과정을 통해 두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풍경으로써 개방된다.

함께를 필연으로 채택하며 전시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순환하면서도 처음과 끝이 만나 닫히지 않는 새로운 세계를 탄생시킨다. 이렇게 탄생한 세계는 무엇이 진정한 협업인지를 보여주려 하는 것도, 협업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려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땅과 하늘을 부지런히 오가는 이들의 구름을 살피게 한다. 이들의 대화를 가만 엿보게 한다.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22년도 청년예술가생애첫지원 사업을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