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t Sight(점사)


2022. 9. 15  - 2022. 10. 2


박승만 개인전





장소 | 온수공간 1F

관람시간 | 12 - 7 PM, 월요일 휴관
그래픽 디자인 | 염지원
기획 | 김얼터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화면 안으로 타깃이 오기를 기다린다. 잠시 후 타깃이 등장한다. 당신과 타깃은 씨름한다. 당신이 화면을 약간씩 움직이며 타깃을 맞추기에 적절한 위치를 모색하자 주변에서 서성이던 타깃도 점차 화면 가운데로 이동한다. 당신과 타깃은, 화면 안에서 씨름한다. 당신이 보고 있는 화면 중앙의 초점이, ‘도트 사이트’가 타깃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찾아낸다. 당신은 바로 여기서라면, 바로 이 순간이라면 타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당신의 검지가 방아쇠 위를 몇 번 더듬더니 손끝에 힘이 실린다. 짧고 건조한 알림음이 울리자 타깃이 선명해진다. 이제 타깃은 숨길 수 있는 것도, 숨김도 없다. 당신은 한 순간 숨을 참는다. 당신의 검지가 방아쇠를 당긴다. 이 방아쇠는 죽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타깃은 화면 안에 갇힌다.

점사는 대부분의 게임에서 모든 공격력을 한 곳에 집결해 피해를 극대화하는 전술의 일종을 가리키는 용어다. 이 극대화를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정확한 겨냥이다. 카메라와 총 양자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겨냥의 제스처는 두 장치 사이의 형태적, 기능적, 정치적 유사성을 강조한다. 점사를 플레이의 기초 소양으로 삼는 FPS(First Person Shooter) 게임의 총들, 아니, 총 이미지들이 쏘는 것은 실재하는 타깃이 아니라 타깃의 이미지다. 그런데 디지털 매체 등장 이후의 특수한 상황에서는 총과 타깃, 총 이미지와 타깃 이미지라는 분리된 쌍이 유효성을 잃게 된다. 총 이미지와 실제 타깃, 총과 타깃 이미지라는 기묘한 쌍……. 이미지와 실재가 뒤섞이고, 《Dot Sight 점사》는 그 뒤섞임의 결과를 점치고자 한다.

박승만 개인전 《Dot Sight 점사》는 총기와 총알, 기계 장치, 위장복을 촬영한 일련의 사진들로 구성된다. 그들의 배경은 까맣거나 하얗거나 그 중간이거나, 있지만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패턴이다. 몇몇 사진들은 3D로 모델링한 오브젝트를 이리 저리 돌려가며 화면 내에서 캡처한 것처럼 보이고 다른 몇몇 사진들은 포토샵에서 대상의 모서리를 따라 오려내고 완성작에서는 보이지 않을 화면 위에 올려진 것처럼 보인다. 즉, 이 사진들은 카메라 없이 탄생한 디지털 이미지처럼 보인다. 적어도 그런 이미지로 보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그런 이미지로 보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도 하다. 위장복 아래 슬그머니 드러난 발가락과 그 뒤에 휘어진 배경, 매끈하지 못하고 울퉁불퉁하거나 떨어진 그리드 테이프, 플러그인으로 제공되는 광원 세팅처럼 완벽하게 통제되지는 못한 표면의 텍스처, 《Dot Sight 점사》가 화면 안에 담는 것은 사실 어떤 대상을 완벽하게 따라 하고자 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포기한다는 모순 자체이다. 이 모순은 우리 앞에 놓인 두 세계 사이를 오가는 통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