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차의 가치 : SPARK, SPARKLE

2022. 7. 24  - 2022. 7. 30 





장소 | 온수공간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 없음
참여작가 | 구다영, 권아람, 김세윤, 윤경원, 이혜진, 전혜수
기획ㅣ지하운
글ㅣ지하운
디자인 | 김혜리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프로이트는 사소하고 부차적인 징후가 인간 정신을 보다 높은 차원으로 이끄는 열쇠라고 보았다. 효율과 최적 만을 좇는 오늘날의 기계적 프로세스에서 벗어나, 부수적이고 무의미한 것들이 부딪히며 튀는 스파크(부산물)의 가치를 모색하고자 한다.

예로, ‘잡담’이 있다. 발 묶이지 않은 붕 뜬 대화는 주어진 경로나 목적지가 없다. 사사로운 담소와 모임이 줄어드는 팬데믹 상황에서 진심 어린 경청은 어느새 관용과 같다. ‘탐독’도 마찬가지다. 고도화된 정보 사회는 모든 것을 요약하여 떠먹여주는 콘텐츠를 앞세운다. 자본주의 메커니즘과 맞닿아 있지 않다면 특정 대상을 꼼꼼히 읽으려는 노력은 소모적이다.

본 전시는 쓸모에 개의치 않을 때에 비로소 따르는 창발적인 사건을 찾는다. 여섯 명의 참여 작가들은 사적인 이야기를 미지의 독자에게 풀어내기도 하고, 역으로 다른 존재에게 조건 없는 관심을 쏟기도 한다. 부유하는 서사들 틈에서 이리저리 피어날 반짝이는 불꽃의 향연을 기대한다.




구다영

구다영에게 개미는 인간을 은유하는 생물이다. 길에서 흔히 마주칠 수 있는 개미와 그 군집은 크기만 작을 뿐 인간과 비슷하다. 개미 떼의 모습은 수많은 군중의 움직임을 멀리서 보는 것과 같다. ‘어디로 저렇게 열심히 이동하며 먹이를 옮기고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하며 살까?’하는 의문이 개미 한 마리에서 시작해 작가로, 인간으로 뻗어나간다.

작가는 인간의 이야기와 사건을 ‘도자 개미’에 담아 풀어낸다. 이야기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아 보는 이의 경험에 따라 해석의 방향이 다르다. 구다영의 작업은 개인의 상상을 자극하는 질문을 던지며 인간에 대해, 자신에 대해 돌아보게 하는 열린 결말을 추구한다.


권아람

권아람의 작업에서는 가장 원초적인 자신의 몸을 움직여 시작을 만들어내는 ‘획’이 작가의 언어로서 중요한 재료이다. 붓을 잡고 선을 그리다 보니 그 안에서 강한 자신감이 생기고, 곧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가장 자신 있는 것이 된다. <획의 획 시리즈>는 획을 중첩, 소거하는 과정에서 연상되는 획들을 이어낸 추상적 풍경을 담는다. 이는 작가에게 하나의 획을 향해 가는 여정의 기록이기도 하다. 전통 재료인 옻칠을 통해 실험적인 문양을 내며,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아버지: 부재父在* 와 소망消忘**>은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기억을 지워나가는 동시에 가정 내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버지의 공백으로 인한 존재의 소망消忘이 담겨있다. 작가는 아버지에게 분함, 미워함과 함께 섭섭함을 느껴왔다. 아버지가 필요했고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당연한 일들이 한순간 무너졌을 때의 감정을 잊을 수 없기에 그 기억을 되새겨 만져본다.

(*消忘 소망: 기억에서 사라짐 또는 잊힘  /  **父在 부재: 아버지가 존재함)


김세윤

김세윤의 <Blur fairy tale>은 사적인 경험, 상상, 자그마한 이야기를 담은 동화이다. 작가의 동화 속 상황은 모호함에서 시작하여 모호함으로 끝난다. 스치듯 지나가는 단상은 선명하게 기억되기보다 흐릿하게 존재한 후 사라진다. 작가는 이 같은 생각과 상황을 흘리지 않고 잡아 그림과 글로 담는다. 일상의 순간이 동화가 되었다.

팬데믹 이후, 서로 간의 신뢰와 유대는 약해져만 갔고 우리는 좀처럼 다른 사람을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작가는 <Keep your moment> 작업을 통해 온전히 타자의 순간에 푹 빠지는 경험을 하고자 했다. 각자의 일상이나 감정이 담긴 글을 받아 그들 만을 위한 그림으로 그려내고, 이를 엽서로 제작해 필자에게 선물했다. 본 전시에서는 원본 그림 10점을 선보인다.


윤경원

윤경원에게 자연물은 본인을 투영하면서 바라보거나 영감을 얻고, 성찰을 시작하게 된 시발점이다. 작가는 일상에서 그곳의 공간, 습도, 냄새, 기온을 매 순간마다 느낀다. 그 직후엔 적막함과 고적함, 침전되는 느낌과 고립감이 따른다. 이는 주로 가까운 자연물로부터 느끼는 감정이다. 작가에게 가까운 자연물이라면 나뭇가지, 낙엽, 이파리와 같이 다양한 곡선을 가진 것이다. 이들은 거친 곡선, 매끄러운 곡선, 차가운 곡선, 따뜻한 곡선, 포근하거나 편안한 곡선 등 다양하고 미묘한 감정의 흐름선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지금까지 자연물로부터 파생된 것들을 흙으로 표현하며 매번 그 특유의 곡선에 매료되어왔다. 이들의 선을 들여다볼수록,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비틀어지는 곡선의 다양함과 거기에서 오는 생명성(력) 및 적막감, 불안 등의 감정을 느꼈다. 흙에서는 손의 힘에 따라 표면의 질감이나 느낌, 형태를 무한히 달리할 수 있다는 매력을 깨달았다. 촉촉한 흙 상태에서 작업물을 성형한 뒤 건조하는 과정은 작가가 관심 갖는 말라비틀어져가는 자연물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갖는다. 이렇듯 작가는 자연물에서 오는, 고요하게 마음을 움직이는 느낌을 흙으로 표현한다. 관람자가 잠시나마 사소하더라도 본인이 지닌 감정의 종류, 상태를 느끼고 사유하길 바란다.


이혜진
‘가마귀 동산’은 제주의 돌탑(방사탑)을 부르는 지역 방언 중 하나이다. 이혜진에게 가마귀 동산은 하나의 커다란 작업 공간이자 작가의 언어를 풀어내는 매개체이다. 돌탑은 작고 사적인 염원과 공동체의 보편적인 염원을 모두 품어낸다. 그 능력에 기대어 작가는 본인의 작업을 <가마귀 동산>이라는 이름 하에 끝없이 생성되는 다수의 돌탑으로 설정한다.

‘가마귀 동산’에서 착안한 가상의 존재 ‘가마귀’는 이야기의 화자가 되어 커다란 서사의 주인공이 되기도, 굴러 들어온 대로 남은 사소한 돌멩이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익명의 모두를 대신하는 가마귀와 가마귀 동산, 그 돌무더기 안에서 벌어지는 수근거림을 수집한다. 익명성과 가상성을 앞세워 반쯤 당당한 태도로 만들어 낸 가마귀 동산은 신화적 요소와 작가의 상상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이는 꼭 두서없이 놓여진 돌무더기와 같다. 작가는 본인의 삶 속 사유 과정을 모호한 형상으로 이야기에 담아낸다. 돌탑의 제작 과정이 이야기 서술 방식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작가는 ’돌탑 쌓기’ 형식에 대한 관심에서, 그 속에 존재하는 ‘놀이’, 균형을 잡아 쌓아 올리는 ‘수행’, 그리고 그 행위로 인해 생겨나는 ‘감정적인 소화’를 경유하며  ‘가마귀 동산’의 무수한 역할을 체험한다.


전혜수

본 전시에서 선보이는 전혜수의 세 작업은 이상적인 집에 대한 다양한 서사를 담는다. <home sweet home>은 사람들이 저마다 바라는 집의 여러 형태에 대한 궁금증으로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가는 인터뷰에 참여한 20명이 각자 꿈꾸는 집을 그려냈다. 전시 공간에는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on the ground> 프로젝트에서는 오랫동안 가꿔온 친구 할머니 집의 사계절을 관찰하여, 기다랗게 이어진 9m 롤 작업과 오브제들로써 풀어냈다.

두 작업을 연결해 주는 신작 <mini house>는 미래의 이상향과 현재의 이상적인 공간 사이의 거리감을 아주 작은 집으로 표현해냈다. 과슈 특유의 매트함과 아크릴의 선명함을 섞어 마치 이미지를 프린팅 하듯 한 번에 그려내는 방식을 사용해 공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글 지하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