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fine

2022. 7. 15 - 2022. 7. 21





장소 | 온수공간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 없음
참여작가 | 김지희, 김현지, 박주미, 이아현, 이용미, 이지은, 위주희, 장세희
기획ㅣ이은비
글ㅣ이은비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관람료는 무료 입니다.
*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로 다르게 물려받은 역사, 그리고 불가능 에 가깝지만, 절대적으로 필요한 공동의 미 래 모두를 책임질 수 있는, 부조화스러운 행 위 주체들과 삶의 방식을 적당히 꿰맞추는 작업, 취약하지만 기초적인 작업말이다. 소중한 타자성은 내게 이런 뜻이다.”

-미국학자 도나 해러웨이(Donna J. Haraway)

『반려종선언(2003)』



팬데믹 상황이 길어지면서 사이버스페이스는 가상이 아닌 현실이 되었고, 그 공간 안에서 많은 것들이 이루어진다. 스마트폰을 떠올려 보자. 눈을 뜨는 순간부터 감을 때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 기계를 신체 일부라 고 표현하는 것이 과하다고 할 수 있을까? 다른 곳을 보면서도 익숙하게 스마트폰을 터 치하는 손은 신체와 기계가 맞닿는 지점이 된다.또한 공기 속에 포함된 미세먼지, 미세플라 스틱을 흡수한 생선, 유전자가 변형된 채소 와 과일, 직접 출산하지 않았음에도 가족이 라 부르는 동물과 식물. 이러한 것들은 인간 이 100% 순종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우리 가 인식하지 못했을 뿐 이미 오래전부터 인 간과 비인간의 신체적•물리적 경계가 허물어 졌음을 말한다.

가상현실 너머까지 삶의 영역이 확장되고, 인간과 비인간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해체 하면서 우리는 다른 ‘종’들과 공생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선택적으로 자아를 드러내며 나 자신의 정체성마저 분열되고 혼란을 초래하는 지금의 시대에,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다른 ‘종’과 공생하는 것이 가능할까?

이번 전시 <I`M  FINE>에서 여덟 명의 작가 들은 그 첫 번째 해답이자 실천으로,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을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괜찮지 않아도 좋다, 나조차도 싫어하는 모 습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내가 나를 받아들 일 때, 다른 ‘종’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공생할 수 있다.성별, 지역, 나이, 직업 등 모든 것을 떠나 우리는 각자 하나의 ‘종’이 된다. 그리고 그 부조화스러운 행위 주체들이 모여 “있는 그 대로” 서로의 삶의 방식을 적당히 꿰맞추는 작업을 통해 소중한 타자성을 경험한다. 이 번 전시가 이 취약하지만, 기초적인 작업의 하나로 자신의 내면을 더욱 들여다보고, 어 떠한 모습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진정한 공생으로 가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김현지는 감염의 공포에 떨며 마스크를 쓴 모습에 익숙해지면서, 일상생활에서 표정을 알아보기 어려운 수많은 사람을 보며 느낀 감정들을 표현했다. <아우성>은 사소한 불편 함부터 시작해 절체절명의 고통까지 겪고 있 는 현실이 화나고 두려워서 몸부림치고 싶은 우리들의 욕구가 마스크를 써서 표정이 거세 되어 버린 무표정한 군상들로 대비시켜 표현 하고자 했다.


이지은은 판타지적 세계관 속 연약한 존재들 의 사랑과 연대를 그리고 있다. 그림 속 사 람들은 멸망 이후이자 태초의 세계에서 가장 연약한 존재들이다. 약하게 여겨지는 여성, 자연, 동물은 유성이 떨어지는 삭막한 환경 에서 그들을 억압하는 것들과 싸운다. 그 과정에서 종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들을 가르는 인위적인 기준을 허물게 된다. 이는 현실에 서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의 반영이자 상상하 는 미래의 모습이다. 실체가 보이지 않는 물 질에 대항하며 그들이 겪는 슬픔과 굳은 의 지, 희망과 사랑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것을 탐색하고 질문하려 한다.

이용미의 작업은 시각적인 흥미에서 출발한 다. 대상이 가지는 의미보다, 대상 그 자체 의 조형 요소와 이미지적인 인상에 관심을 가진다. 완전한 추상보다는 실제에 기반한, 일상에서 오는 소재와 반복적인 요소들을 활 용하여 주로 작업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떠한 것을 추구하기보다는, 이 순간 나를 둘러싸는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보여주는 이 미지에 집중한다면 더욱 작품 관람이 흥미로 울 것이다.

위주희는 <O.S>는 디바이스를 통한 가상공 간 안에서의 역할, 변화에 대해 보여준다. 포지션에 관한 이야기는 가상공간 안에서 새 롭게 재구성되고 공간의 제약을 일부 벗어나 게 된다는 관점을 담고 있다. <Akive> 또한 가상공간 안에서 변화되는 작가와 작품의 형 태에 대해 보여준다. 프레임 안에 규칙을 만 들고, 보다 복잡한 레이어를 평면적 혹은 입 체적으로 시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품의 형태로써 영상이 가질 수 있는 위치를 말한 다.

이아현은 영감, 소유, 치유 등 자신의 감정 과 짧은 글에서 출발한 이야기를 회화로써 풀어냈다. 어렸을 때부터 엉뚱한 상상을 좋 아했던 작가는, 오롯이 자신의 것에서 시작 한 사적인 작업이지만 작품들을 통해 관람객 들의 삶에도 우연히 들어가 작은 상상의 오 지랖을 부리고 싶다고 말한다. 자유로운 색 과 질감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것들을 상상 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본다면 한층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이다.

김지희는 나의 수면(水面)을 주제로 한다. 우울함이나 공허함, 허무함 같은 부정적인 감 정들을 느낄 때 그 감정에 휘둘려 사로잡혀 있는 자신의 모습은 마치 물 아래로 가라앉 는 듯하다. 물속으로 가라앉으며 어둠 속으 로 침잠할 때, 햇빛에 부딪혀 보이는 수면 위는 그저 아름답게 빛난다. 복잡한 감정과 대조적으로 화려한 수면의 모습을 그리며 작 가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오롯이 드러내고자 한다.

장세희는 인터넷 밈, 일상의 휘발되는 순간 들을 수집하여 그려낸다. 작가는 수집한 이 미지를 현재성을 잘 드러내는 수묵이라는 매 체를 통해 옮기고 표구하는 일련의 노동과도 같은 과정을 거치며, 오히려 안심하게 된다. 자신의 휘발될 생각과 부유하던 이미지들을 손에 들어오는 형태로 붙잡고 나면, 얻어진 것은 너무나 별것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진실임을 느낀다. 작가에게 작품은 흘러가는 찰나 속 태도를 기록하고자 하는 노력이며 자신을 응원하고 싶은 자기 치료적 탈주 수 단이다.

박주미는 나무라는 재료를 통해 자신만의 고 유한 조각을 만들어낸다. 나무는 투박하기도 하고 제멋대로인 동시에 규칙적인 삶을 지닌 다. 작가는 나무를 그만의 수행적인 행위, 그러나 자신만의 하나의 놀이로 나무의 아름 다운 모습들 또한 세상에 드러낸다. 삶에 있 어 모호한 목적을 지정해 하루를 이어나가는 것과 달리 작가는 나무에 자신의 고집과 심 리의 안정감, 어떠한 성취감을 위한 하나의 놀이 등으로 나무에 접근한다. 무엇을 향한 목적이며 어떤 의미를 지닌 형태인가? 작가 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관객과 함께 풀어 보고자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나’에게도 이어진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무엇을 위함인지, 나의 형태는 과연 어떠한 지 말이다. 재료 본연에 집중한 작품을 보며‘나’라는 존재에 대해 사색해보면 어떨까.


글 홍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