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NBOW 문보우
: 밤에 뜨는 무지개

2022. 6. 25 - 2022. 7. 10


조 원  개인전



장소 | 온수공간 2 - 3 F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 없음

글ㅣ이가린
디자인ㅣDOLDOLBOY
촬영ㅣSTUDIO18
도움ㅣ이수진(퍼포머), 성근환(DOP)
후원 | 서울문화재단,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청





* 관람료는 무료이며,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 주차는 인근 민영/공영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두워진 하늘을 보름달이 밝게 빛내고 있는 어느 밤이 있다. 그 달의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는 산에서는 거센 물줄기 소리가 울려 퍼진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다가가 보면 폭포에서 물줄기가 힘차게 쏟아져 내리고, 잘게 부서져 나온 물방울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뿌연 물안개를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기를 머금은 이 장면을 보름달이 선명하게 비추고, 부서지는 물방울 하나하나에 달빛이 닿아 굴절되면서 일곱 개의 빛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이러한 장면을 ‘달무지개 Moonbow’라고 부른다. 일반적인 무지개가 비 갠 뒤 햇빛이 강렬하게 비추는 낮에 뜨는 반면,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어둡고 축축한 밤에 뜬다는 달무지개의 존재는 일견 모순적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그러나 늘 우리 곁에 존재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공기 중의 수증기와 달빛이 마주하는 순간이 특별한 조건 속에서 시각화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조원은 이처럼 비가시적인 요소가 눈에 보이게 되는 순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이다.

2020년에 있었던 개인전 《Beam Line》의 전시 공간에 조원은 다양한 방식으로 빛을 시각화할 수 있는 장치들을 구성해 놓았다. 이러한 장치들 가운데 하나였던 <Light House>(2020)가 어두운 전시 공간 한 켠에 만들어냈던 무지개는 이번 전시 《Moonbow》를 여는 열쇠였을지도 모른다. 전시장에 떠오른 무지개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조원은 어린 시절에 무지개를 바라보면서 터무니없는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간절히 빌었던 동심 어린 행위를 회상하게 되었다. 동심은 그간 조원의 작업에서 자주 주목의 대상이 되어온 소재이기도 한데, 어린이들의 공동 놀이 공간이 희미해져 가는 현실을 반영한 작품인 <공허한 놀이터>(2021)와 <방산탐구박스>(2020)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이와 같은 작품에서 조원은 놀이하는 어린이들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진 아파트의 공용 놀이터 혹은 서울의 도심으로부터 밀려나고 있는 어린이집의 양상을 다룬 바 있다. 이를 통해 동심을 품은 존재들이 상실되어버린 공간에 남은 적막함을 목격하게 된 우리는 그곳에 마땅히 있었어야 할 어린이들의 동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어둠 속에서 발견한 무지개나 공허함 속에서 떠올린 동심과 같이, 함께 놓일 수 없다고 생각했던 대립적인 소재를 맞닿게 하는 행위를 통해 조원은 우리 세계에서 가시화되어 있지 않은 이면을 보여주려 한다.

이러한 시도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는 본 전시, 《Moonbow》에서 조원은 놀이할 수 없는 놀잇감들이 흩어져 있는 지대를 구현해 놓고 있다. 놀이터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다양한 기구들은 여기에서 본래 설계된 기능과 목적을 잃어버린 모습으로 발견된다. 아슬아슬하게 얇은 곡선을 유지하며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미끄럼틀>(2022), 양 끝에 누군가 올라서지 않으면 한 쪽으로 기울어져 버릴 것 같은 <혼자 앉을 수 없는 의자>(2022), 스스로 극적인 균형을 맞추는 데 여념이 없어 누구도 오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 같은 <정글짐>(2022)이 그렇다. 특히 활의 시위처럼 튀어나갈 듯이 굽어져 있는 <정글짐>의 곡선이나, 잔뜩 당겨져 있는 <지옥탈출>(2022)과 <미끄럼틀>의 용수철과 같은 요소들은 불안한 놀이 기구들이 전달하는 긴장감을 더욱 배가시키고 있다. 조원은 일반적인 놀이터의 활기나 생동감이 아닌 긴장감과 날카로움만이 떠돌고 있는 이 모순적인 놀이 지대에서 ‘상실된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처럼 일반적인 시각으로는 보지 못했던 어떤 면을 바라보기 위해, 놀이할 수 없는 놀이 지대라는 모순적인 상황을 제안하는 조원의 작업 과정은 100여 년 전에 초현실주의자들이 시도했던 괴짜같은 작업과도 닮은 구석이 있다. 초현실주의 미술가들은 작품에서 현실적인 오브제와 어울리지 않는 비논리적인 요소들을 만나게 해 모순적인 장면을 만들어냈으며, 이를 통해 일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물의 법칙과 질서로부터 벗어남으로써 현실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이와 유사하게 조원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놀이 기구들이 본래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인 놀이 지대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놀이 지대에서 사라진 생동감 넘치는 존재와 적막함만이 남아있는 놀이 기구라는 대립적인 요소를 만나게 함으로써, 일상적인 시선으로 파악하지 못했던 현실의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시각을 확장하고자 하는 것이다.

전시 공간 2층의 놀이 지대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도달할 수 있는 3층 다락방 위에 서서, 처음에 떠올렸던 달무지개를 다시 그려본다. 이 곳에 놓인 작품 <문보우>(2022)가 발산하는 밝은 빛은 공간을 비추면서 맞은편에 놓인 창문 밖을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 있는 관람객들의 수많은 시선이 물방울을 대체해 조원의 작품이 발산하는 빛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이 빛을 굴절시킬 것이며, 또 어떤 색을 확산시키게 될까? 그리고 그 결과로 작품 <문보우>의 맞은편 창문 밖의 세계로는 어떤 이야기를 담은 무지개가 떠오르게 될까?


이가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