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상자, 입  HAZE, CHAMBER, LIPS

2022. 1. 26 - 2022. 2. 13


이다은 개인전



장소 | 온수공간
기획 | 이다은, 전솔비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 없음  (2. 1 설 연휴 휴관)
주최, 주관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글 | 권태현
퍼포먼스 연출 | 이다은
안무 | 김현진
퍼포머 | 김현진, 배선희, 이유진, 임은정

공간 디자인 | 임상빈
사운드 설치 도움 | 오로민경
번역 | 장한길



*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 마스크를 착용하시고 출입명부를 작성해주세요.



















안개, 상자, 입 : 은유의 아카이브


“이처럼 제가 다루고자 하는 영역은 이미 과도하게 다루어진 동시에 충분히 다뤄지지 않고 있었습니다. 불건전한 의미에서 매력적이며 다른 의미에서는 혐오스럽고 가려져 있고 억압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처치 곤란한 것을 다루기 위해 어떤 작은 조각, 어떤 구체적인 것, 구체적인 세계에서 온 이미지가 필요했습니다.” -토니 모리슨

2021년 6월, 구체적인 세계로부터 하나의 이미지가 생성되었다. 그 이미지는 특정한 텍스트와 함께 움직이며 추상적인 말들 속에 갇힌 누군가를 현실로 불러냈다. 감시와 통제라는 이미지 생성 조건을 단번에 드러내는 이미지, 강렬한 이 한 장의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여러 감정들이 빠른 속도로 현실의 이미지를 움직였다. 누군가는 이미지를 부정하기 위해 누군가는 이미지를 구출하기 위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미지를 가져갔다. 그렇게 한 장의 이미지는 바깥으로 나왔지만 여전히 이미지의 현실은 그 방 안에 남아 있다. 해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사회적, 심리적 거리두기로 인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는 이들이 그 안에 남겨져 있다. 동시대의 난민, 이주민, 감염, 접촉과 격리, 감금과 보호, 타자와 질병의 문제는 관료주의적 수사형식을 매개로 복잡하게 교차하거나 맞물린다. 구금의 감각과 매개되어 인식되는 사건과 이미지들이 아카이브 리스트에 매 초마다 추가되고, 한 장의 이미지는 모든 것을 말해주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는 모순 속에 삭제되고 있다. 

전시 <안개, 상자, 입 Haze, Chamber, Lips>은 구체적인 하나의 이미지가 촉발한 사유와 정동을 참조하며 이미 너무 많이 언급되었지만 여전히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그 이미지를 다시 한번 기록하고자 한다. 그리고 질문한다. 구체성과 추상성은 실제 사건의 인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혐오와 연대는 어떻게 다른 방향으로 질주하는가. 편견과 상상은, 매체 간 이미지의 전이는, 아카이브 내 이미지의 이주는 어떻게 서로를 참조하며 원본을 변형시키고, 오히려 그 변형 속에서 때로는 실재를 더 인식에 가까운 것이 되도록 만드는가. 전시는 오늘날 어떠한 수사의 형식과 은유가 특정 이미지를 볼 만한 이미지로 인지하게 하는지 그 조건들을 참조하며, 반복해서 언급된 ‘그 이미지’의 주변을 모으려 시도한다. 전시의 제목에 기입된 세 개의 단어는 전시를 출발시킨 한 장의 이미지가 잔상으로 남긴 파편적인 형상들을 은유하고 있다. 비가시성, 어둠, 바닥, 사각지대, 침묵, 그림자, 목소리 등. 수많은 은유로 변주될 수 있는 이 세 개의 단어는 ‘그 이미지’의 공간을 형상화하면서, 전시 공간을 구성하고, 다시 현실에서 은유로서 사용되는 이미지 조각들을 하나씩 불러낼 것이다.  

이다은은 이 전시에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하는 영상 작업과 퍼포먼스 공연, 작업이 되지 못한 주변적 이미지와 작업을 만들기 위한 필드 워크 리서치 이미지들을 마치 하나의 성좌처럼 배열한다. <인덱스, 성좌>는 필드워크 리서치를 통해 얻은 이미지 데이터와 증언을 활용한 퍼포먼스 공연을 영상과 사운드 퍼포먼스로 재배열한 것이다. 1975년 부산에서 개소한 뒤 지금은 없어진 전 베트남난민보호소 라는 장소를 라이더 촬영한 이미지와 화성 외국인보호소에서 고문당한 M의 말을 피에조 센서 장치로 변형시킨 사운드는 무언가를 통해 매개되어야만 전달될 수 있는 변형된 이미지와 목소리의 간극을 형상화한다. 
이어서 퍼포먼스 영상과 사운드로 조합된 <은유의 변주들>은 감염병과 난민의 이동하는 은유적 이미지를 퍼포먼스라는 신체를 활용한 매체로 옮기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감금과 격리의 상황에서 강제되는 신체성과 그로부터 야기되는 정동을 다루려는 의도이며, 언어화되지 못한 목소리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물리적 공간에서의 억압과 고립이 ‘인간’이라는 신체적(내적) 공간으로 전유되는 지점을 포착한 은유로서의 퍼포먼스는 전시장에서 상영되고 다시 전시 기간 동안 퍼포먼스 공연으로 환기된다.

이렇듯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한 작업들은 은유로서의 이미지들이 어떻게 신체를 활용한 매체로 다시 전이되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보호라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감금과 격리의 상황이 야기하는 감각을 다루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물리적 공간에서 표출되는 억압과 고립이 인간이라는 신체적, 내적 공간으로 다시 들어갈 때 포착되는 은유는 어떻게 다른 것이 되는지 사유하며 작가는 퍼포먼스의 과정적 아카이브로서 연습영상과 회의록, 퍼포먼스 동작 연구 같은 주변적 자료들을 전시에서 가리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구 부산난민보호소 터 지도와 촬영 장면, 화성외국인보호소 내부 라이다 스캐닝 촬영 장면 같은 리서치 로서의 아카이브는 보도이미지, 웹상에서 범람하는 이미지, 데이터로 인지되는 이미지에 대한 접근방식에 대한 문제로 이어진다. 그것들은 난민이나 감염이라는 사건으로부터 기인하지만 조각나고 혼재되어 실재 사건으로 연동되지 않고 인식하기 쉽지 않은 은유로서의 이미지로 자리한다. 

점점 더 관습적이고 둔화되어 흘러가는 것, 맥락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공유되는 이 이미지의 이동은 현 상황의 접촉 불가능성, 그렇기 때문에 직접 연루되지 않고 안전한 지대에서 매체를 통해 접근하는 이미지 수용자와 실제 사건의 당사자와의 거리, 간극, 그리고 해결되지 못한 채 침수하는 과거의 사건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의 문제와 결부된다. 이러한 아카이브들은 사후적으로 만들어내는 정동의 문제를 말하고 있다. <M에게 쓰는 편지>와 <현장 녹음 : 20211006 화성외국인보호소 면회실 앞>은 실제로 이미지와의 거리를 좁혀보려는 작가의 시도로서 이미지에 말걸고 이미지에 다가가려는 걸음들이 어떻게 단절되거나 분절되는지, 그리고 어떤 감정을 남기는지 드러낸다. 반면 <구속과 초록에 대하여>와 <personal color 연구 A>는 직간접적인 접촉 속에서 남겨진 흔적들이 어떻게 추상화되어가면서 감정만을 남기는지 젤 네일 아트의 재료를 사용하여 그 물성을 드러낸다. 여기서 작가는 이러한 정동의 흐름과 강도를 기록하며 휘발되거나 사라지는 개인적 감정만을 보기보다는 그것이 공동으로 만들어내는 연대의 움직임들을 포착하는 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것은 작년부터 이 이미지가 작동시킨 현장의 이미지 텍스트로 이어지며 현장 다큐멘터리 영상과 발언의 사운드들 속에서 다시 이 전시가 어떤 이미지를 구출하고자 했으며 어떤 구체성을 기억하고자 했는지를 환기하는 것이다.

“집 안에 있을 만한 것, 책을 걸 고리가 되어 줄 수 있는 어떤 것, 아주 인간적이고 개인적인 언어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했습니다. 제게 그 이미지, 그 구체적인 물건은 바로 재갈이었습니다.” -토니 모리슨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토니 모리슨의 글은 이렇게 다음 문장으로 이어진다. 발췌된 부분은 어린 딸이 노예로 살지 않도록 하기 위해 스스로 딸을 죽인 실제 노예 여성 마가릿 가너의 이야기 <빌러비드>를 설명하기 위해 토니 모리슨이 쓴 부분이다. 노예제 시대에 흑인의 ‘말할 자유’를 막던 재갈을 언급하며 그 폭력적인 사물로부터 자신이 어떤 이야기를 창조할 수 있었는지를 통찰하는 부분이지만 오늘날 이 문장은 여전히 말하지 못하도록 입을 통제하는 이미지 속 누군가의 가려진 입을 떠올리는데에도 적절한 문장으로 중첩된다. 재갈의 은유가 왜 지금까지 남아서 적절히 다시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해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할 것이다. 

글 | 전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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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상자, 입 Haze, Chamber, Lips> 전시 연계 퍼포먼스
[은유의 변주들]

일시: 2022.2.5(토) 3pm
장소: 온수공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6-7)

물리적 공간에서의 억압과 고립이 '인간'이라는 내적 공간으로 전유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몸짓을 관찰한다.
그것은 변형 속에서 때로는 실재를 더 인식에 가까운 것이 되도록 만들기도 한다.
안개, 상자, 입. 그것은  
비가시성, 어둠, 바닥.
사각지대, 침묵, 그림자.
그리고 목소리.

- 연출 : 이다은
- 안무 : 김현진
- 퍼포머 : 배선희, 이유진, 임은정
- 20분, 퍼포먼스
(공연 종료 후 작가와의 대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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