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방

2021. 6. 10 - 2021. 6. 30


이상철 개인전



장소 | 온수공간 2-3F
관람시간 | 1 - 7 PM, 휴관없음
후원 | 서울문화재단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 마스크 착용 및 출입기록부 작성 필수





18세기 후반 프랑스의 군인이었던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는 결투로 인해 42일 동안 자신의 방에 감금되는 징역형을 선고 받습니다. 그는 방에 앉아 자신의 소유물과 방안에서 볼 수 있는 가구, 그림 같은 일상적인 물건들에 집중합니다. 그는 물건들에 대한 생각, 물건과 그 주변의 관계, 그가 사는 사회에 대한 사색이 담긴 ´내 방으로의 항해´(Voyage Around My Room)라는 책을 씁니다. 이 사유를 통한 작은 방 배후, 열린공간으로의 여행은 실제 현실 세계에 대한 은유로 작용되며 시간을 초월하여 방에 걸린 그림을 보고, 거울을 사용하며 벽에 기대 서 있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도 유효한 영향을 줍니다. 

  

18세기에 비하면 현재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층적이고 복잡하며, 물리적인 제약에서자유롭습니다. 우리는 지금 방에 존재하는 사소한 것들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더라도 안전하고 스펙터클한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랜선만 연결되어 있다면 42일 아니라 420일을 작은 방안에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의 대다수의 여행가들은 타의에 의해 감금 되어있지 않습니다. 공간의 제약 또한 한계로 여기지 않습니다. 물리적인 환경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평평함 이면의 세상속으로의 여행을 탐닉합니다. 또한 인터넷 공간안에서 대다수의 우리는 정보를 소비하고 재생산하는 주체입니다. 우리는 수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판단하고 소비하는 주체로서, 생산하기 보다는 정보를 감별하고 더하고 빼는 능력을 요구 받습니다. 잘못 수합된 정보들은 왜곡을 발생시키고 때론 일종의 폭력으로 소비되고 재생산 됩니다. 그리고 이것은 때로 물리적인 현실공간에서 실력행사를 하기도 합니다. 다양함과 다채로움의 이면에는 쉽게 알아채기 힘든 어려움이 존재 합니다.


전시에는 두 공간이 반영되고 교차되어 있습니다. 물건을 매개로 한 사유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그자비에의 방´과 인터넷 상의 난립하는 부정확하지만 구체적인 정보와 이미지를 매개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가상 인물인 ‘미라의 방´입니다. 이 두 방은 공간이면서 이미지이고 고립되어 있으면서 열려 있습니다. 또한 대립적이면서 때로는 같습니다. 그자비에는 결투라는 물리적 폭력에 의해 타의에 의해 감금되었고 그 안에서 사고의 확장을 경험하였습니다. 미라는 무한한 사고의 바다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새로운 유형의 폭력을 경험합니다. 그자비에와 미라는 다른 인물이지만 같은 인물이기도합니다.


‘그자비에의 방‘이 반영된 2층에 구성된 일상적인 오브젝트가 변형된 작업들은 온수공간이라는 흥미로운 전시공간을 적극적으로 작업에 개입시켜 공간의 건축적 요소들이 작업의 일부 혹은 작업이 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미라의 방‘이 반영된 3층공간에는 이미지 조각과, 작가에 의해 쓰여진 스크립트 ’hairy Robot’과 협업 프로젝트의 일부로, 스크립트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료작가(임지은)의 비디오 작업이 전시 되어 있습니다.  


전시 ‘지나가는 방’을 통해 나는 그간의 작업 전반에서 보이는 물성과 물성, 그것과 공간 사이의 관계맺기를 실재 공간과 가상공간, 보는 이와 보여주는 이에서 비롯되는 관계성, 그 관계가 모호해 지는 지점에서 발생하게될 주체와 객체에 관한 개념들로 확장해 나가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