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리피케이션 Art - rification
2021. 4. 25 - 2021. 5. 9
민경 유지영 정희정
장소 | 온수공간 1F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없음기획 | 손정은후원 | 온수공간
+ 전시 연계토크
일시 | 2021. 5. 9 오후 2시장소 | 온수공간 1F
주제 : 예술과 부동산 공유재로서의 예술 공간, 도시 공간의 이야기
패널 :박혜수 /작가성원선 /기획자, 성북문화재단 문화정책팀 차장손정은 /작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이경미 /독립 기획자조숙현 /서울 인디예술공간 저자, 아트북프레스 대표
관람시간 | 12 - 7 PM, 휴관없음
+ 전시 연계토크
일시 | 2021. 5. 9 오후 2시
장소 | 온수공간 1F
주제 : 예술과 부동산
공유재로서의 예술 공간, 도시 공간의 이야기
패널 :
박혜수 /작가
성원선 /기획자, 성북문화재단 문화정책팀 차장
손정은 /작가,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이경미 /독립 기획자
조숙현 /서울 인디예술공간 저자, 아트북프레스 대표
* 별도의 오프닝은 없습니다.
* 마스크 착용 및 출입기록부 작성 필수* 전시와 연계된 토크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됩니다.
* 마스크 착용 및 출입기록부 작성 필수
연일 부동산에 대한 기사가 뜨고, 유투브에는 부동산 투자와 성공사례 비법에 대한 강연이 넘쳐나며, 선거에는 표심을 자극하는 부동산 정책에 대한 슬로건이 등장한다. 드라마 펜트하우스의 인기는 거대하게 솟은 남근과 같은 헤라펠리스와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과 암투가 우리네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아수라장 속에서도 오롯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참으로 독특한 부동산이 있다. 그것은 예술을 위한 부동산이다.
예술을 위한 부동산, 작가의 창작공간을 생각해볼 수 있겠다.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한 선택받은 소수의 작가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작가들은 공간을 임대하여 창작을 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과 달리 작가들의 작업실은 돈을 쏟아붓는 곳이다. 임대료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창작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그뿐이랴. 소장되지 못한 작품들은 쌓여가고 그것을 처분하지 않는 작가는 다시 창고를 임대해야 한다.
예술을 위한 부동산, 작품의 발표와 소통이 이루어지는 예술 공간이다. 본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홍대 근처만 하더라도 크고 작은 예술 공간들이 많이 있다. 공간을 임대하여 예술 공간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을 것이고, 유휴공간을 입찰 받아 한시적으로 예술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는 곳도 있을 것이며, 부동산 소유자가 예술 공간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 어느 쪽도 예술 공간 운영을 영리를 위한 활동이라고 하기에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보인다. 임대료는 비싸고 세금은 어마어마하다.
예술을 위한 부동산, 도시의 유휴공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내어 그곳을 예술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대부분은 문화예술 관련 정책가이거나 전문 기획자들이다. 이러한 일은 개인이 부동산을 예술 공간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다르게, 수많은 정책과 기획, 행정이 수반되는 일이다.
“아트리피케이션”은 세 명의 작가의 개별적인 전시와 다섯 명의 패널의 토크로 이루어진 행사이다. 민경, 유지영, 정희정 작가의 작품에는 도시의 풍경과 그들의 일상적 삶에 녹아있는 삶의 터전과 예술의 터전에 대한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관통하고 있다. 토크 패널로 초대된 박혜수, 성원선, 이경미, 조선령, 조숙현은 예술 공간이나 도시의 유휴공간과 관련한 기획, 정책, 전시, 창작, 출판 등에 대한 여러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미술계 전문인들이다. 본 행사를 통해 우리는 “예술과 부동산”에 대한 각자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해볼 것이며, 지속가능한 창작과 예술 활동을 위한 터전, 그리고 공유재로서의 예술 공간에 대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볼 것이다.
손정은
1. 정희정Heejeong Jeong
<살과 거울 Flesh and Mirror> 13min, Single Channel Video, 2020
2.민경Min Kyung
<그녀와 나는 같은 포물선을 그렸다 She and I drew the same parabola> 사진 가변 설치, 목재,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2020
<선과 여자의 이야기> 산 형태의 도자기, 목재, 2020
3. 유지영Jerry Yoo
<질식(Suffocated)> Video Projection, 2.4m x 3.1m x 4m, 2020
4. 정희정Heejeong Jeong
<즐거운 나의 집 Sweet home> 8min, Single Channel Video, 2021
5. 조숙현Sook Hyung Cho 저
<서울 인디 예술 공간>,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
풍경에 대하여 (풍경과 함께 살아가기) /정희정
도시는 우리를 에워싸고 우리 안으로 스며든다. 경제학에서 설명하듯 교환의 장소이기도 한 도시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만 아니라 도시와의 접촉지점에서 우리가 줄여서 '느낌'이라고 부르는 모호한 정서도 주고받는다. 그 중에 내가 잘 알고,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경험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여기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장소감에 대해 말하자면 가장 먼저 집을 떠올리게 된다. 집은 나라는 존재의 토대이며 개인과 집단간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물리적인 지평이다.
풍경을 주제로 한 일련의 영상 설치 환등상 시리즈는 배회하는 산책자의 발끝으로 풍경을 더듬고 기록함으로써 개발이라는 미명 하에 장소와 사람이 갖는 이런 관계나 역사성, '틈'이 사라지는 세상, 그 공백에 주목한다. 그곳에서 솟아나는 추억, 욕망, 언어를 통해서 불행한 도시 속에 숨어있는 행복한 도시들의 환등상을 담고 있다. 내게 풍경이란 바깥에 존재하는 것이 아닌 듯하다. 거리를 걷다가 순간 걸음을 멈추게 될 때, 나 말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사방이 존재로 가득한 것처럼 느껴질 때, 이곳은 무엇인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일어났던 곳임을 마주하는 순간 나는 기공 훈련자가 되어 내 안으로부터 멀어진 장소들이 일시에 펼쳐지는 ‘풍경으로서의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변화하는 도시 풍경과 그 사적 드라마에 대해 /민경
인간의 삶과 밀접한 장소와 공간에 지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그에 관한 사적 드라마를 글과 이미지로 채집하고 있다. 이번 온수공간에서의 전시는 작년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을 받아 열린 개인전 <그녀와 나는 같은 포물선을 그렸다>(인천 임시공간, 2020년 9월)와 결을 같이 한다. 무명의 ‘그녀’들에게 이름을 부여하고, 그녀들의 장소와 그에 얽힌 드라마를 전시의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언뜻 도시 개발 사진의 일종으로 보이는 이미지들은 사실은 오래된 주택의 부분이자, 신도시라고 명명한 익명의 장소, 그리고 산이었던 어떤 존재에 대한 이미지이다. 그렇게 인간의 장소들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이미지들은 이야기를 위한 초대자이다.
이 전시장 가운데 굳건히 그 자태를 보이는 주홍빛 산이 첫 영감이 되었다. 사라지기 전 찰나의 빛에 빛나던 흙 산은 개발 아래 더는 산이 아닌 존재가 되었다. 밤이 삼키기 전의 빛은 유난히도 붉었던 흙 산에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색을 주었고, 그렇게 변화하는 장소의 모습이 인간 삶의 단면과 겹쳐졌다. 그 산을 생경한 눈빛으로 발견한 한 여성 ‘선’의 이야기가 책 <그녀와 나의 포물선>에 포함되었다.
전시장에 걸린 풍경들은 ‘선’과 ‘여자’의 장소이자 공간이다. 그녀들이 바라보고 만났던 장소, 삶의 이야기 가운데 자리 잡은 곳들이다. 포물선이라는 것은 나무가 다 뽑히고 윤곽만이 봉긋하게 남은 작은 흙 산의 능선을 보고 떠올린 단어였다. 마치 공을 던지면 하늘로 올라가듯 하다 중력에 의해 떨어지면서 그려지는 포물선 같았다. 그렇게 납작해지는 산의 포물선을 기록하며, 인간의 욕망과 더 잘 살아내고자 하는 의지를 형상으로 그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에 걸린 사진 외에 작은 산 형태의도자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각각의 작은 산에서 ‘선’과 ‘여자’의 이야기가 육화되어 내레이션으로 나오도록 장치했었지만, 이 전시에서는 사진과 책에 집중하도록 하였다. 이 공간 안에는 아티스트 북 ‘그녀와 나의 포물선’이 줄기가 되어 서사와 이미지들이 함께 있다. 그러니 부디, 잠시라도 책을 읽고,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들의 시선이 닿은 이 도시풍경에 머물다 가주길 청한다.
/유지영
작업은 ‘아파트에 대한 욕망은 어디서 왔는가’ 라는 흔하고 단순한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아파트는 하나의 틀에서 조형된 듯 특별한 개성이 드러나지 않지만 다른 어떤 주거 형태보다도 선호된다. 서울의 거리에서 높이 솟은 아파트를 만나는 건 아주 쉬운 일이다. 그 만큼 모두가 아파트를 욕망한다.
한국의 아파트 신드롬을 ‘아파트공화국’으로 명명한 프랑스 학자 발레리 주레조는 국가 주도개발과 서구 문화 영향을 주요한 이유로 설명한다. 그의 분석은 유효하지만, 욕망의 좀 더 근본적인 이유를 나는 그 이전의 역사에서 찾는다. 식민주의 역사에 따른 문화, 상실, 기억에 대한 작업을 이어온 나는 아파트에 대한 욕망을 포스트 식민주의적 증상의 하나로 해석한다.
한국은 전쟁과 이민족의 지배로 인해 삶이 초토화되고 가부장적 자존심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다. 개발독재의 경제성장 슬로건에 따라 유일한 회복의 길로 여겨진 부의 축적은 높이 솟은 남근적 아파트로 상징되었다. 우리에게 아파트는 다시 세운 자존심의 물화(物化)다.
이 작업, 질식(SUFFOCATED)은 시간의 흔적과 기억이 남아있는 옛집을 지우고 높은 아파트로 공간을 채워가는 도시를 재현한다. 더 높은 건물로 채워지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져 공간을 지각하기 어렵게 만든다. 이제 시간은 공간을 지배한다. 빠르게 솟아오르는 아파트들이 공간을 꽉 채워 감각을 마비시키고 기억을 담은 목소리가 주변의 소음과 함께 방치된다. 나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 공간에서의 경험이 아파트에 대한 욕망과 도시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하려 한다. 한국은 이제 경제적 성취와 함께 천쾅싱이 말한 ‘하위제국’으로서 제국을 뛰어넘는 남성적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는 과거에 대한 기억과 감정은 지우고 계속 새로운 공간을 위해 재개발에 뛰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