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대왕독본




2019. 12. 6 – 12. 26


백종관 




기획 | 백종관
후원 | 서울문화재단
장소 | 온수공간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76-7) 2-3층
관람시간 | PM 5 - 10,   12. 21(토) 휴관





조르조 바사리가 지오토의 생애에 대해 서술하며 삽입했던 에피소드처럼(어릴 적 지오토는… 파리 한 마리를 놀라운 방식으로 그려놓았는데… 치마부에는 손으로 파리를 쫓으려고몇 차례 애를 쓰고 난 후에야) 중세 유럽 회화 속 파리는 “미메시스적인 재현 수단의 새로운 통제를 나타내는 상징”이었다. 그리고 이제, 파리라는 곤충은 생물학적 광학 시스템(UNIQUE BIOLOGICAL OPTICAL SYSTEMS)에 영감을 주는 주요한 대상이 되었다.


현대인의 삶의 좌표 위에는 360도, 모든 방향축에 무수한 카메라와 스크린이 존재하고 이들은 그 모습을 감추기도 하고, 때로는 그 감각을 트렌드로 포장해 강제함으로써 미메시스 아닌 미메시스 속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파리의 겹눈 구조와 같은, 스크린-인터페이스의 홍수 속에서 과거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가능성과 두려움이 동시에 발현된다.

<파리대왕독본>에서는 스크린 위에 파리 한 마리를 살포시 얹어 놓는다. 다시 수백 년 전으로 돌아가, 파리가 화판 전체의 인위성을 가리키는 이중적인 재현 체계의 공존을 암시함과 동시에 재현의 공간과 관객의 공간을 분리했음을 떠올린다. 무엇보다 파리는 ‘메멘토 모리’를 상징했다. 지오반니 산티의 ‘연민의 그리스도’, 예수의 가슴 위에 앉은 파리와 프로젝터 불빛을 따라 날아다니다 스크린에 앉은 파리를 번갈아 바라보며 다가올(혹은 이미 도래한) 어떤 ‘죽음’의 기척을 느껴본다. 파리는 보이는 대상이며 또한 보는 행위의 주체이기도 하다. 관찰자적 다큐멘터리 양식을 일컫는 ’FLY-ON-THE-WALL DOCUMENTARY’라는 표현을 함께 떠올리며, 파리는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보는지 어떻게 보는지를, 몇 가지 작업을 통해 상상해 본다.



글 백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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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관 홈페이지
http://jongkwanpa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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