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제, 무상한 무휴일 @ 파커스 피스



2019 6 10 - 2019 6 21


백종관 문소현 백현주 장윤미 여수정 엘리 허경란 김내영

기획 | 박동훈 차보미
주최 | 온수공간
장소 | 온수공간
관람시간 | 평일 PM6-11 (주말/공휴일 휴관)






"무휴일 저녁 일상적 시각, 일상적 공간에서 누군가, 혹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일상이 중첩된 '공동의 기억'을 감지하고 그것을 현재의 감각 기억으로 재편성하는 무의식적 연대의 과정"

평일 저녁 시간에 한정하여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기획자나 작가가 아닌 낯선 '방문자'들이 점유하는 공간과 경험하는 감각에 집중한다. 지칭하는 대상을 '관람자' 아닌 '방문자'로 표현한 이유는 타인의 영토, 어수선한 상업 가로에 면해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공간으로 들어서는 그들의 제스처를 존중하기 위함이다.







"파커스 피스(Parker's Peace)"는 실재하는 장소, "Parker's Piece1)"의 이름을 오역하여 전사(轉寫, transcription)한 것을 계기로 설정된 가상의 공원이다. 프로그램의 기획단계에서 여수정 작가는 그곳의 기억을 재구성해 이야기로 전했는데, 이 과정에서 그녀가 "에드워드 파커씨의 조각"이 아닌 "공원 산책자들의 평화"로 오해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는, "장소"가 공간을 단지 다르게 표현하는 말이 아니라 ‘구체화된 공간’을 의미하는 것이며, 외적인 지각 대상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과 ‘기억’과 같은 내적인 심리 현상을 포괄하여 형성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렇게 파커스 피스는 그녀의 내적 심리과정에서 절대적 환경(풍경/사람/날씨/냄새)으로부터 부호화(encoding)되고, 이를 유지 혹은 저장(storage)되었다가, 이야기로 끄집어 인출(retrieval)되는 정보처리과정을 거치면서 다층의 의미를 획득했다. 기억의 성공과 실패, 왜곡, 추론과 편향은 역으로 가상의 공원을 설계하는 데 있어 나 자신의 필요와 편의를 위해 스스로가 선택하여 행동한다고 하는 '주체화의 도식'을 구체화 시키는 데 있어 중요한 단서가 되었다. 







가상의 공원 "파커스 피스(Parker's Peace)"는 왜곡된 기억이 내포한 신화적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실현 불가능하거나 대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현실과 연계를 시도한다. 이것은 앉거나 기대 쉴 수 있는 구조물, 푹신한 바닥, 상영장, 간단한 음식,술, 물 따위를 판매하는 편의시설을 포괄하는 것으로, 빈 공간의 신체적 점유를 제반 하는 공간적 장치이자 사적인 영토 위에 구현된 최소한의 공공시설의 개념이다. '나'의 평화와 안식/편의로부터 시작해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 공동의 정서, 혹은 공동의 기억으로 확장되는 이 프로그램은 대규모 인원의 운집으로 정의되는 공공성이 아닌,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개인의 공공성 증진과 연대라는 다소 허무한 실험적 과제를 수행한다.




1969년에 지어진 이 공간은 주택으로 사용되다가 현재는 사무실로 개조되어 쓰이고 있다. 몇 번의 개조/수리 과정을 거치며, 공간의 구조적 특징을 제외한 과거의 단서 - 한 시대를 풍미한 인테리어적 요소들, 가구와 사물들 - 들은 거의 사라졌다. 실용적 가치(단열, 공간확장, 공간효율성)에 의해 말끔히 제거된 역사성은 이 곳에 살았던 한 개인의 역사의 종말이자 '거주'라고 하는,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중대한 역사적 사건의 종말로, 장소와 인간의 오랜 상호작용이 축척 된 시공간의 서사를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유적들은 자신의 시대에 있어서는 매우 실용적이었으며, 현실적인 공간이었을 것이다.







이곳은 중소규모의 업무 밀집지역과 유흥지, 주거지를 연결하는 가로선상에 접해있다. 평일 오후, 지난한 일과를 마치고 시작되는 유목적 도시 풍경은 거주와 이동, 일상과 일탈이 혼재하는 유목적 삶의 표상을 대변한다. 현대에 와서 정주가 갖는 의미는 거주의 범주로부터 서서히 분리되어 집 - 출퇴근 길, 여가/유흥시설 - 일터를 포괄하는 소단위 도시적 스케일로 확장되어 왔으며, 선형적 공간구조를 가진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일상적 공간과 일탈적 공간을 반복해서 유목하는 삶의 스펙트럼 속에서, 한 곳에 정주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도시노동자의 불가결한 삶을 지지하며, 이러한 초 이동(hyper mobility) 현상으로 인해 분열된 삶의 잔재들을 조심스럽게 연결하는 것이다.











방문자는 1층에서부터 시작되는 가상의 공원 '산책자들의 평화'를 의미하는 공간을 가로지르며 수상한 불빛과 소리, 진동, 향기를 추적하는 것으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왜곡된 기억으로부터 만들어진 공간 설정은 서로가 단서가 되어 서로를 인지하고, 안도하며, 이를 통해 재생성되는 공동의 기억과정; 일종의 무의식적 연대의 과정을 매개한다. 공동의 기억은 다양한 행위와 의사소통을 통해 또다시 집단의 기억이 된다. 이 집단 기억 안에 장소라는 개념을 부여함으로서 의식적 공간을 실존적 공간로 전환시키고, 그 속에 주체인 나의 정체성과 장소의 정체성을 부여하며 장소로서의 기억으로 구체화될 것이다.



프로그램의 제목이 가제상태로 남겨진 것은 미지의 방문자들에게 약속하지 않는 어떤 제시이며, 이 과정으로 인해 실체 없는 이 '공간'은 '장소'화 된다. 장소의 본질은 일상적 생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편적인 사건으로부터 나온다. 장소성 역시 이러한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일상성이 공동체적으로 축적되고 공유됨으로서 공동의 합의된 정체성으로 굳어질 때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방문자는 파커스피스를 산책하다 옥상에 마련된 편의시설에서 사소한 일과를 공유하고, 허기진 배를 채워내고, 술을 소비하고, 궤도를 잠시 이탈하여, 이를 환상적 이미지로 전환 할 것이다. 평범한 평일 저녁, 무휴일 퇴근길의 수상하고 낯선 여정의 끝에서 이뤄지는 공동의 소비행위는 하루가 끝나 조만간 사라질 기억, 지금의 '상실'에 대한 집단적 애도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불교적 관념인 무상無常2)의 의미를 내포한다. 무상無常3)할 수 밖에 없는 무휴일 퇴근길이 무상無上4)한 날의 말로가 되기를, 일상적 맥락 안에서 그들 개개인의 사건의 연장으로 침투하며 감각하길 기대한다.







1) 파커스 피스(Parker's piece), 캐임브릿지 도심에 위치해 있는 공원. 17세기에는 목초지였다가 19세기에는 대학간의 크리켓 경기와 축구경기를 위한 스포츠 경기장, 마을 사람들을 위한 축제의 공간이었고 오늘날에는 사용하기에 따라 녹지, 피크닉, 박람회, 마을 축제와 행사, 놀이공원, 스포츠 경기 등으로 사용된다. 또한 타운과 타운, 학교와 상업시설, 도로와 도로를 연결하는 보행통로이기도 하다.
2)무상(영원하지 않은 것, 무한한 상태)[無常]
- 산스크리트어로 Anitya, 현실세계의 모든 것은 매순간마다 생멸 · 변화하고 있으며, 거기에는 항상불변(恒常不變)한 것은 단 하나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의 실상(實相)이라는 것을 뜻한다.
3)무상(모든것이덧없음)[無常]
- 모든 것이 덧없음.
4)무상(더할수없이최고로좋음)[無上]
-그 위에 더할 수 없이 최고로 좋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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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프로그램 1. @파커스피스, 2층

6월 10일/17일 (월)
19:00 - 23:00 - 백현주 (2회)
/ 성북구 성북동_2014 / 친절한 영자씨_영화_2013
/ 땅을 아는 사람들_2012 / 양지리 디렉토리_2018 / 기만과 방첩 2018

6월 11일/18일 (화)
19:00 - 22:30 - 엘리 허경란 (2회)
/ Did you eat rice?_2017 / 잔치 국수_2016
/ The Planet_2016 / Can’t Wait_2017 / Island_2015


6월 12일/19일 (수)
19:00 - 22:20 - 장윤미 (2회)
/ 어머니가방에들어가신다_2014 / 늙은연꽃_2015
/ 콘크리트의 불안_2017 / 공사의 희로애락_2018

6월 13일/20일 (목)
19:00 - 22:10 - 백종관 (2회)
/ 허구와 증언_2016 / 허구와 증언에 대한 소고_2018 / 와이상_2015
/ 이빨,다리, 깃발, 폭탄_2012 / 추방자들_2018

6월 14일/21일 (금)
19:00 - 21:10 - 문소현 (2회)
/ 텅_2012 / 사슴벌레의 낙원_2018 / 공원생활_2016 / 빛나는 밤_2018


상영프로그램 2. @파커스피스, 옥상

6월 13일/20일 (목)
21:00 - 22:40
문소현 사슴벌레의 낙원_2018 / 엘리 허경란 Island_2015/ 엘리 허경란 잔치국수_2016
백현주 땅을 아는 사람들_2012 / 장윤미 콘트리트의 불안_2017

6월 14일/21일 (금)
21:00 - 22:40
백현주 양지리 디렉토리_2018 / 엘리 허경란 Did you eat rice?_2017
엘리 허경란 Waltz-2_2017 / 백종관 양화_2013 / 백종관 추방자들_2018

간단한 음식과 물, 탄산수, 들국화주, 제주위트/펠롱에일을 판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