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Strokes
2025. 10. 11 - 10. 26
장소 | 온수공간 1층
관람시간 | 12 - 7PM, (월) 휴관
디자인 | 핀포그래픽스
사진 | 양이언
주최·주관 | 허승욱(허유)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5년 서울문화재단 원로예술지원 선정 프로젝트입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Inside the Strokes, 획의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
찰나의 붓질 속에 작가의 긴 여정이 담겨 있다. 허유의 개인전 《Inside the Strokes》는 바로 이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정신이 4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어떻게 변화하고 깊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과거 작품과 신작을 나란히 선보인다. 특히 의도적으로 중간 시기의 작품을 생략하고 과거와 현재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점진적 변화의 서사보다는, 두 시점 사이의 긴장과 공명에 주목하기 위함이다. 과거 사군자에서 보이는 획은 절제되고 완결된 형태이다. 이러한 전통적 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해체되며 화면에 표현주의적 성격을 부여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상을 재현하던 태도에서, 대상과 자신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의 태도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필휘지’는 단숨에 내리 쓴 글씨를 뜻한다. 과감한 획에는 수없는 연습과 고도의 집중력이 응집되어 있다. <여치와 포도> (2005)에서 우리는 간결한 필치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집념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세밀하게 그려진 여치는 휘몰아치는 줄기의 출발점에 살포시 앉아 있다. 포도송이와 잎사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려진 모양새로 여치가 없다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표현의 대척점에 서 있는 포도와 여치 중 어느 것이 작가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을까? 아마도 작가가 천착한 것은 이 두 극단이 만나는 정확한 균형점이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 속 포도의 획에서 우리는 이미 20년 후 <대나무> 연작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절제된 형태 안에 잠재되어 있던 해방의 에너지가 시간을 거쳐 전면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일필휘지’라는 표현 방식은 서예와 사군자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초월적 의지와 맞닿아 있다. <대나무> (2019)는 작가가 더 이상 획으로 대상을 완결 지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획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고뇌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다. 화면을 단숨에 가른 획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획과 망설임이 포함되어 있다. <신록> (2021) 연작에서 작가는 획 자체가 지닌 물성과 생성되는 과정을 한지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면을 획으로 가득 채운 <산란> (2024) 연작은 대상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보여준다. 특히 획과 여백의 비중이 거의 같아 그중 어느 것을 볼지 선택하는 문제는 작가가 아닌 보는 이에게 맡겨진다.
허유의 획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번 그으면 되돌릴 수 없는 매체 고유의 성질 때문에, 획은 언제나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내포한다. 허유는 그 돌이킬 수 없는 순간성 안에서 역설적으로 자유를 발견한다. 그것은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얻는 해방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과거의 절제된 획과 현재의 해방된 획을 나란히 마주하게 된다. 이 극단적 대비는 단순히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작가가 평생 천착해온 하나의 질문—획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답변이다. 완결된 획에서 과정 자체의 획으로, 대상을 담는 그릇에서 작가 자신이 용해되는 장으로. 40여 년의 여정 속에서 변화한 획의 무게와 자유를 조명하는 이 전시는, 전통 매체가 여전히 얼마나 깊은 탐구의 영역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한국화를 새로운 거리에서 바라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
허유(許臾, 본명 허승욱, 1948~)는 197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프레스센터(1985), 조선일보미술관(1997), 세종문화회관(2002), 아린갤러리(2009), 관훈동 백악미술관(2011), 대만국립사범대학 덕군갤러리(2013), 한국미술관(2015) 등에서 열린 15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화의 조형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해왔다. 대만국립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사군자의 세계』, 『마음으로 거니는 동양화 산책』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한국화의 이론 정립에도 기여했다.
장소 | 온수공간 1층
관람시간 | 12 - 7PM, (월) 휴관
디자인 | 핀포그래픽스
사진 | 양이언
주최·주관 | 허승욱(허유)
후원 |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2025년 서울문화재단 원로예술지원 선정 프로젝트입니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별도의 예약없이 방문 가능합니다.
*주차는 인근 유료주차장을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Inside the Strokes, 획의 내면으로 향하는 여정
찰나의 붓질 속에 작가의 긴 여정이 담겨 있다. 허유의 개인전 《Inside the Strokes》는 바로 이 ‘일필휘지(一筆揮之)’의 정신이 40여 년의 세월을 거치며 어떻게 변화하고 깊어져 왔는지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과거 작품과 신작을 나란히 선보인다. 특히 의도적으로 중간 시기의 작품을 생략하고 과거와 현재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킨다. 점진적 변화의 서사보다는, 두 시점 사이의 긴장과 공명에 주목하기 위함이다. 과거 사군자에서 보이는 획은 절제되고 완결된 형태이다. 이러한 전통적 획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해체되며 화면에 표현주의적 성격을 부여한다. 이러한 변화는 대상을 재현하던 태도에서, 대상과 자신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몰입의 태도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필휘지’는 단숨에 내리 쓴 글씨를 뜻한다. 과감한 획에는 수없는 연습과 고도의 집중력이 응집되어 있다. <여치와 포도> (2005)에서 우리는 간결한 필치 이면에 숨겨진 작가의 집념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다. 세밀하게 그려진 여치는 휘몰아치는 줄기의 출발점에 살포시 앉아 있다. 포도송이와 잎사귀는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려진 모양새로 여치가 없다면 알아보기 힘들 정도다. 표현의 대척점에 서 있는 포도와 여치 중 어느 것이 작가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했을까? 아마도 작가가 천착한 것은 이 두 극단이 만나는 정확한 균형점이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 속 포도의 획에서 우리는 이미 20년 후 <대나무> 연작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다. 절제된 형태 안에 잠재되어 있던 해방의 에너지가 시간을 거쳐 전면으로 등장하는 것이다.
작가에게 ‘일필휘지’라는 표현 방식은 서예와 사군자에서 그가 이루고자 하는 초월적 의지와 맞닿아 있다. <대나무> (2019)는 작가가 더 이상 획으로 대상을 완결 지으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획이 결정되기까지의 과정과 그 고뇌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 같다. 화면을 단숨에 가른 획에는 보이지 않는 수많은 획과 망설임이 포함되어 있다. <신록> (2021) 연작에서 작가는 획 자체가 지닌 물성과 생성되는 과정을 한지에 고스란히 담아내는 시도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전면을 획으로 가득 채운 <산란> (2024) 연작은 대상을 선택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보여준다. 특히 획과 여백의 비중이 거의 같아 그중 어느 것을 볼지 선택하는 문제는 작가가 아닌 보는 이에게 맡겨진다.
허유의 획은 현재진행형이다. 한 번 그으면 되돌릴 수 없는 매체 고유의 성질 때문에, 획은 언제나 돌이킬 수 없는 결단을 내포한다. 허유는 그 돌이킬 수 없는 순간성 안에서 역설적으로 자유를 발견한다. 그것은 완성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면서 얻는 해방을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우리는 과거의 절제된 획과 현재의 해방된 획을 나란히 마주하게 된다. 이 극단적 대비는 단순히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작가가 평생 천착해온 하나의 질문—획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답변이다. 완결된 획에서 과정 자체의 획으로, 대상을 담는 그릇에서 작가 자신이 용해되는 장으로. 40여 년의 여정 속에서 변화한 획의 무게와 자유를 조명하는 이 전시는, 전통 매체가 여전히 얼마나 깊은 탐구의 영역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한국화를 새로운 거리에서 바라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
허유(許臾, 본명 허승욱, 1948~)는 197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서울프레스센터(1985), 조선일보미술관(1997), 세종문화회관(2002), 아린갤러리(2009), 관훈동 백악미술관(2011), 대만국립사범대학 덕군갤러리(2013), 한국미술관(2015) 등에서 열린 15차례의 개인전을 통해 한국화의 조형성을 다양한 각도에서 모색해왔다. 대만국립사범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서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했다. 『사군자의 세계』, 『마음으로 거니는 동양화 산책』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한국화의 이론 정립에도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