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gh, Love, Doubt』
김지오, 박경빈, 최형준
2025년 8월 14일(목) - 8월 16일(토)
12:00 - 19:00
온수공간
서울특별시 마포구 월드컵북로1길 74
전시 연계 워크숍
『언포춘 쿠키 만들기』
08월 14일 (목) 16:00 - 18:00
08월 15일 (금) 14: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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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와 사랑은 숨길 수 없다 했다. 안쪽부터 부풀어 오는 것은 피할 수 없지만 필시 터져 나오더라도 그것은 주변에서 맴돌고 있을 것이다. 무언가 소명을 받고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쓸모 없는 것은 환영 받지 않는다. 매끈한 세상에 생의 흔적은 개인의 영역 안에서만 머물기를 권고 받는다. 이것들은 쌓이고 쌓여 결국에 우리는 어떤 형태의 몸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다. 《Cough – Love – Doubt》는 그것들이 증언하는 삶의 단상이다.
피부 너머로 밀려나가는 거부반응과 내가 아닌 것을 기꺼이 끌어 안으려는 열망은 모두 ‘나’를 자각하는 순간과 맥락을 같이한다. 밖을 향하는 것은 곧 세상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안으로 되돌아온다. 주체의 근간은 무엇인가? 살아가는 존재로서의 자기이해는 결국 드러나는 증상을 지표삼아 가능할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현상된 이미지와 알레고리, 그리고 그것과 동반하는 물질을 통해 그 이면의 인간을 가늠한다.
김지오, 박경빈, 최형준은 ‘나’를 의심하면서도 갈망하는 것이 평생의 숙원일 것임을 받아들인다. 대신 각기 다른 방법으로 무엇인지도 모른 채 도달하려는 지점을 향해 나아간다. 김지오는 유년기의 기억을 지우기 위한 시도로 형체 없는 관념을 물질화하고 그것을 유물로 만들어버린다. 반면 박경빈은 고전적 물성과 기법으로 디지털화되고 산업화된 소재를 다루며, 인간사 속 비행을 둘러싼 거시적 야망 사이에서 사라지는 개인을 복원한다. 최형준은 조율된 장면과 투영된 사물을 단서삼아 자아의 실존적 증거를 한 걸음 밖에서 추적한다.
‘전시장’이라는 사회적 장에 모습을 드러낸 작업들은 세 사람 삶의 부산물이자 누군가에게 현재-세상의 징후로 작동할 것이다.우리는 씻겨 나가 실오라기 하나 없이 남기를 바라며 한 자리에 모인다. 어리석은 믿음과 과정을 함께하는 관계는 나와 너, 그리고 우리를 둘러싼 질문으로 확장된다. 우리는 피치 못하게 모순의 집합체로서 삶을 살고 있다.
어쩌면 이건 완결나지 않을 재채기와 사랑, 그리고 의심의 합중주일지도 모른다.
『Cough, Love, Doubt』 연계 워크숍 《언포춘 쿠키 만들기》
김지오, 박경빈, 최형준
08월 14일 (목) 16:00 - 18:00
08월 15일 (금) 14:00 - 18:00
온수공간 3층 & 일본 나고야 거리
동시 진행
《언포춘 쿠키 만들기》는 전시 《Cough – Love – Doubt》의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서울-나고야에서 동시에 이루어지는 관객 참여형 워크숍이다.
전시 공간 내에서 이뤄지는 워크숍에서 참여자들은 자신의 내밀한 감정과 증상을 짧은 문장으로 표현하고, 이를 포춘쿠키 형태의 쿠키 속에 삽입해 직접 굽고 교환하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개인의 결핍이 타인과의 무작위적 접촉을 통해 향유되는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경험의 장이자, 참여자 간의 깊이 있는 교류를 촉진하는 실험적 장치로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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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내용
《언포춘 쿠키 만들기》는 행운을 점치는 기존 포춘쿠키의 형식과 외형을 빌리되, 그 속에 담기는 메시지는 불확실함과 불편함, 은밀한 진실과 결핍이다. 설명되지 않는 감정과 사회적 불안은 문장으로 형상화되어 침묵을 깨고 세상 밖으로 드러나며, 쿠키의 외피가 부서지는 순간, 그것이 결코 ‘나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워크숍은 전시 공간 내에서 짧지만 농밀한 감각의 공유를 통해 참여자들은 서로의 부서진 조각을 나누고, 그 속에서 자신을 비추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는 감정과 신체, 언어와 물질의 경계를 탐색하며, 개인이 겪는 욕망, 고백, 회의 등의 내면의 흔적들을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시도다.
《언포춘 쿠키 만들기》는 정해진 해답이나 치유를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순되고 불완전한 존재로서의 개인과 관계를 그대로 인정하며, 그 흔적을 타인과 공유하는 열린 장(場)을 만들어낸다. 쿠키의 표피는 속마음을 감추듯 움츠러들지만, 그 틈 사이로 드러나는 문장과 증상들은 불완전한 감정과 관계의 언어가 잠시 머무는 공간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워크숍은 언어와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시도를 포함한다. 이에 대한 첫 실천으로 김지오와 박경빈이 한국에서 제작한 포춘쿠키를 최형준이 일본으로 가져가 그곳에서 언포춘쿠키를 개봉하고 열람하는 과정을 사진으로 기록한다. 더불어 이어질 워크숍을 위한 또 다른 언어를 수집하며, 이는 대서사를 벗어난 개인의 내밀한 서사를 세계의 일부로 귀결시키고자 하는 예술적 시도이기도 하다.